[패션]찬바람 불면 한코 한코 사랑을…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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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뜨개의 쌍벽. 찬바람이 불면서 제철을 맞은 송영예씨(33)와 김정란씨(34)는 주부의 살림솜씨를 인터넷 비즈니스로 확대시킨 ‘성공을 뜨개질하는 여자’들이다. 할머니들이 소일 삼아 하던 ‘촌스러운 뜨개질’이 젊은 여성들의 세련된 취미생활로 붐을 일으키게 된 데는 이들의 공이 크다. 평범한 주부에서 문화센터 강사로, 사업가로 성장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송영예씨 '바늘이야기'

송영예씨는 손뜨개 최초의 베스트셀러 저자다. 지난해 이맘때 낸 ‘송영예의 너무 쉽고 예쁜 손뜨개’는 생활 실용서로는 드물게 6만부나 팔렸다. 98년말 천리안에 오픈한 손뜨개 사이트, 그로부터 한달 뒤 인터넷으로 확장한 손뜨개 e비즈니스 ‘송영예의 바늘이야기’(www.banul.co.kr)는 각기 이 방면 최초의 사이트로 꼽힌다.

최근엔 ‘따뜻한 손뜨개 이야기’를 냈다. 굵기가 보통 실의 3배인 스페인울을 이용해서 초보자도 진짜 사흘이면 스웨터 한 벌 뜰 수 있게 한 것이 특징.

2년전만 해도 평범한 주부였다. 어려서부터 워낙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결혼 후 태교 삼아 뜨개질을 하고, 아기에게 옷 만들어 입히고, 이웃주부들과 PC통신 동호회원들 가르쳐 주는 재미로 살았다.

“손뜨개 사이트를 연 시점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절정기였어요. 사람들이 어렵고 불안해지면 심리적으로 뭔가를 손에 붙잡고 싶어진대요. 그래서 손뜨개가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게 아닐까요.…사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서 저도 절박한 상태이기는 했어요.”

올해도 그렇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손뜨개에 몰린다.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일까.

일을 시작한 뒤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육아 문제다. 낮에는 시간제 파출부가 집안일을 봐주지만 7살, 8살 된 두 딸과 남편에게 저녁을 먹인 뒤 송씨는 다시 출근한다. 그리고 잠을 줄여 가며 인터넷 회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디자인을 구상하고.

“인터넷사업은 노력의 서너배를 돌려받을 수 있어 좋다”는 그는 “하지만 전업주부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끝을 흐렸다. 자기 대신 더 많은 손뜨개 마니아들이 가족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있어 기쁘다면서도. 02―518―9778

◇김정란씨 '골무와 실타래'

작고 마른 몸매의 김정란씨는 키 크고 마른 체격의 남자와 함께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남자는 “홍보 담당입니다”하며 명함을 내놓았다. 김씨의 남편 이상영씨(41)였다.

김씨는 최근 ‘실과 바늘로 돈 좀 벌어봅시다’라는 책을 냈다. 지난해 차린 ‘김정란 핸드니트 연구소’창업과정, 홈페이지 ‘골무와 실타래’(www.jrkim.co.kr)를 만들어 인터넷 비즈니스로 성장시킨 과정을 평범한 주부 입장에서 써낸 책이다. 그래서 이씨는 아내의 경쟁력이 ‘평범한 주부’라는 점이라고 믿고 있다.

“자기만의 창업비밀을 왜 공개했느냐”는 물음에 그는 말했다.

“주부였다가 일하는 사람이 됐으니까,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나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일을 꿈꾸는 주부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었고요.”

결혼 후 아이 낳고 살림 사는 재미에 푹 빠져있던 그는 워낙 손재주가 있어 동네 주부들에게 아이 옷 만들기와 손뜨개를 가르치곤 했다. 하루는 남편이 “돈을 받고 가르쳐보지 그래”라고 말했다. 능력을 상품화시키라는 의미에서다.

그렇게 시작한 손뜨개 일이 문화센터 강사를 거쳐 지난해 인터넷 비즈니스로까지 확대됐다. 지금 남편은 그의 사업파트너. 그래서 김씨는 “창업에 성공하려면 가족의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내 힘으로 돈을 벌게 되면서 자신감과 성취감이 생겼어요. 저는 살림말고 나만의 재주를 살릴만한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게 손뜨개라고 생각하고 승부를 건 거지요.” 그는 “김정란의 손뜨개는 손뜨개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급스럽고 세련된 것이 특징”이라며 주부 창업을 위한 컨설팅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02―517―3840

<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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