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한국 주가지수 보면 세계증시가 보인다?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50분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세계적인 기업수익성의 변동을 2개월 선행한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의 니겔 투퍼라는 계량분석가의 주장이다.

최근 종합주가지수(KOSPI) 하락세가 “세계적으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그의 주장을 입증하는 데 여섯가지 근거 중 하나로 동원됐다.

그는 “KOSPI와 기업수익성 간의 높은 상관관계는 경험적으로 입증됐다”면서 “이는 한국 기업의 부채비율이 여전히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축에 든다는 점으로 설명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기업 부채가 많은 기업일수록 경기가 좋아지면 주가가 훨씬 빠르게 올라가고 경기가 나빠지면 주가가 평균 이상으로 빠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채 또는 부채비율이 높은 것을 ‘레버리지(leverage)가 높다’고 하는 점도 이런 속성과 관련이 있다. ‘레버리지’란 우리 말로 지렛대를 의미한다.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부채가 많은 기업은 특히 경기가 꺾이기 직전에 나타나는 신용경색의 일차적인 희생양이 돼서 경기둔화 초기 국면에서 주가가 급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KOSPI의 변동이 기업 수익성의 변동을 선행한다는 말은 간단히 말하면 국내 주가의 변동성이 심하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고 말했다.

투퍼씨는 KOSPI의 약세 이외에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기업 수에 대한 수익성 호전이 기대되는 기업 수의 비율이 빠르게 줄고 있고 △미국 기업들의 장부상 주당순이익(EPS)이 2개 분기 연속으로 줄고 있는 점 등도 세계 기업수익성 악화의 증거로 내세웠다. 그는 “적어도 앞으로 1년 가량은 더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회의(OECD) 구성국의 선행지표가 떨어지고 있고 미국의 핵심 도매물가지수(PPI)가 계속 하락하는 점 등도 또다른 증거로 거론됐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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