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중원/김우중씨가 국민을 위해 할 일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47분


우리 경제를 다시 심하게 휘청거리게 만든 중요한 원인들 가운데 하나인 대우자동차 문제는 당초 이를 인수하기로 했던 포드사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우중 전회장을 정점으로 한 대우그룹 최고경영진의 경영 실패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수십조원이나 되는 국민의 혈세를 공적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쏟아 붓게 만들고 2년이 넘도록 우리 경제를 허우적거리게 한 대우부실의 실체는 무엇인가. 증권선물위원회가 9월15일 발표한 대우 계열 12개사의 분식회계 규모는 천문학적 규모인 22조9000억원이나 된다. 한보나 기아의 분식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 11월 대우는 뻔뻔하게도 자기자본이 14조3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우그룹 정리와 관련해 엄격하게 실사한 결과 자기자본이 ―28조6000억원으로 나타나 무려 42조9000억원의 차액이 발생했는데 이 중 50%가 넘는 22조9000억원이 회계장부상의 조작으로 밝혀진 것이다.

대우는 매우 다양한 분식회계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분식회계한 22조9000억원을 어떻게 사용했느냐에 모아진다. 검찰이 제대로 조사하기만 하면 분식회계 과정과 관련자,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 외화도피, 탈세 혐의 등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온갖 부정한 수법을 동원하여 회계장부를 조작해 채권단과 소액주주, 하청업체, 나아가 국민에게 고통과 희생을 강요한 김전회장을 비롯한 대우의 임원, 회계법인과 회계사들은 당연히 책임지고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대우 임직원과 회계사들은 모두 한결같이 김전회장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사실 김전회장이야말로 이번 사태의 최종, 최고의 장본인임에 틀림없다. 그의 비이성적이고도 독단적인 황제식 경영이야말로 대우사태의 본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기업의 수익성과 내실 있는 경영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재벌회장이었다. IMF 환란을 맞아 대우보다 사정이 나은 기업들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그러나 대우는 부실 덩어리인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는 만용을 부렸다. 김전회장은 막대한 차입금에 의존해 문어발식 기업 확장만 일삼다가 도산하자 그 짐을 온통 금융기관과 국민에게 떠넘기고 해외로 달아난 것이다.

김전회장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고 하루 빨리 귀국해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재계 일각에는 그에 대한 동정론도 있다고 들린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그의 정도를 벗어난 범죄적 행위에 의한 기업경영을 옹호할 수 있는지 그들의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귀국해 국민 앞에 자신의 과오를 속죄하고 아울러 자신의 실패담을 솔직히 털어놓아 다른 기업 경영자들에게 경종을 울림과 동시에 반면교사로 삼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그가 대우사태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다.

유중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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