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숙의 우리집요리]제철맞은 무조림 멸치만 넣어도 제맛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47분


무처럼 폭넓게 요리에 사용되는 야채도 별로 많지 않다. 우리나라 무는 졸이거나 국을 끓이면 매운맛이 단맛으로 변해 외국의 어떤 무와도 비교할 수 없이 맛이 있다.

무를 3등분 했을 때 잎이 달린 파란 부분은 부드럽고 물기도 많이 머금고 있으며 맵지도 않다. 그래서 무즙을 내거나 생채로 해먹으면 좋다. 영양가도 무 끝보다 높다.

중간 부분은 국을 끓이기에 좋다. 땅속 깊은 곳에 묻혔던 끝 부분은 가장 매콤하다. 쉽게 무르지 않으므로 졸이거나 오래 보관하는 요리를 하면 매운맛이 단맛으로 변해 더욱 맛있다.

무 1㎏을 5㎝두께로 썬 뒤 다시 폭을 2등분해 두께 7∼ 8㎜로 도톰하게 썬다. 중간크기의 멸치 30g을 머리를 떼고 펼쳐서 내장을 빼낸 뒤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돌리든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구운 맛이 나도록 살짝 볶는다.

밑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무를 깔고 멸치를 솔솔 뿌린다. 작은 그릇에 양조간장 7큰술, 조선간장 1큰술, 설탕 3큰술, 마늘 3쪽 다진 것, 참기름 2큰술, 고춧가루 4큰술을 섞어 무 위에 골고루 뿌린다. 양념을 담았던 그릇에 물 1컵반을 부어 헹군 후 냄비 가장자리에 붓는다. 무 위에 뿌린 양념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끓기 시작하면 자글자글 끓을 정도로만 불을 줄인다. 30∼40분 정도 무가 푹 물러서 씹지 않아도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익힌다.

양을 넉넉히 해 두고두고 데워 먹으면 좋고 차게 해서 먹어도 달고 색다른 맛이 난다. 물론 무 위에 갈치 등 생선을 놓고 졸여도 맛있지만 지금 무가 가장 맛있는 계절이므로 멸치만 넣어도 맛이 그만이다.

최경숙(요리연구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