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복권사듯…" CB-옵션투기 확산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24분


‘10% 남짓한 수익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따블 따따블을 해야 본전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이런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거래가 늘고 있다. 주식투자에서 거액의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부실회사 전환사채(CB)나 주가지수옵션 등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증권거래소 채권부에 근무하고 있는 B씨는 22일 깜짝 놀랐다. 현대건설의 전환사채(CB·187회)가 3900원에 활발히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CB의 액면금액은 1만원. 만기인 내년말까지 가지고 있으면 1만원을 받을 수 있어 연156%의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B씨는 “현대건설의 자구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CB 보유자들이 불안을 느껴 팔고 있는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설마 이 회사가 망하랴’는 생각으로 매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CB(178회)도 420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현대상선이 발행한 CB(128회)의 가격은 8130원. 연 수익률은 23%에 달한다.

주가지수옵션 거래는 더욱 심하다.

특히 승률이 높지 않은 ‘외가격옵션’을 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외가격옵션이란 기준가격(등가격)과 차이가 많이 나는 옵션.

예를들어 23일 주가지수옵션 12월물의 기준이 되는 등가격은 65포인트. 그런데 거래가 많이 되는 콜옵션은 85포인트다. 이는 종합주가지수 700선에 해당되는 높은 값. 이 콜옵션 가격은 0.06으로 6000원을 내면 1계약을 살 수 있다.

만약 종합주가지수가 만기일인 12월14일에 700선까지 오른다면 1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보름동안에 16.7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외가격 옵션의 경우 운만 좋으면 적은 돈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투자자들이 모여든다. 마치 복권을 사는 심정으로.

사전에 정한 조건으로 매수 또는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거래.콜옵션은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이고, 풋옵션은 팔 수 있는 권리. 조건이 안맞으면 권리행사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요즘 옵션거래에서 개인비중이 70%를 넘는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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