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태지]서태지, 22일 사전녹화장 깜짝 뒷이야기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6시 41분


서태지의 6번째 사전녹화 공연이 22일 오후 8시 서울 을지로3가 트라이포드 홀에서 열렸다. 고3 수험생을 비롯, 1600여명의 관객이 모인 이 콘서트에서 서태지는 2회에 걸쳐 '오렌지' '탱크' '울트라맨이야' '인터넷 전쟁'을 열창했다.

영하 3도까지 떨어진 쌀쌀한 날이었지만 공연장은 땀이 흐를 정도로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소형 전구 수십 개가 매달린 T자형 무대에서 서태지는 노래 중간에 팬들과 합창을 하거나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25일 MBC <음악캠프>에서 방영될 이날 공연장 풍경을 상세히 소개한다.

◆ 김종서가 제작한 록 밴드 '실버스푼' 오프닝 무대 장식

서태지의 사전녹화에 앞서 김종서가 직접 제작한 핌프 록 그룹 '실버스푼'이 등장해 강력한 하드코어 사운드를 선보였다. 4인조로 구성된 이들은 작사작곡과 노래 연주 실력을 갖춘 싱어송 라이터로 데뷔음반을 내기 전 서태지에게 음악에 대한 조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서는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 수 차례 리허설을 가지면서 음향 상태와 '실버스푼'의 몸동작 등을 점검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 서태지 공연 도중 물세례

공연장에서는 뜨거운 열기를 식히려는듯 팬들끼리 물을 뿌리는 행위가 이어졌다. 서태지 역시 노래를 마치고 난 후 물을 마시고 팬들에게 물병을 던져주기도 했다.

1부 공연이 끝나갈 무렵 서태지가 노래를 마치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한 열성 팬이 갑자기 무대로 올라와 서태지의 등에 물을 뿌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불의의 일격을 당했지만 서태지는 의연하게 "잠시 후에 다시 한번 신나게 놀아요"라며 무대 뒤로 사라졌다.

◆ 외국인 관람자들도 박수 갈채

이날 사전녹화 현장에는 서태지를 보기 위해 10여명의 외국인들이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한 미국인은 "한국에는 발라드 음악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신선한 록커가 있었냐"며 놀라워했다. 한 일본 관객은 서태지 공연을 유심히 살펴본 뒤 "스고이데스(굉장하다)!"를 연발하기도 했다.

◆ 서태지 팬들이 직접 만든 기념품 등장

서태지 팬들은 직접 서태지 관련 상업적이지 않은 기념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태지'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손수건, 깃발을 비롯해 짚으로 만든 서태지 인형을 흔들며 공연을 즐겼다. 서태지가 열창하는 가운데 노란 비행기를 날리는 팬들도 있었다.

◆ 만일의 사태 대비해 병원차, 경찰 2개 소대 출동

1600여명의 관객이 몰려든 트라이포트 홀 주변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혼잡스러웠다. 안전사고를 대비해 경찰 2개 소대 병력이 공연장 안팎에 배치됐으며 병원 응급차량도 대기했다.

격렬한 몸싸움과 해드 뱅잉(머리를 돌리는 행위)를 계속하면서 탈진해 쓰러지는 팬들이 있었지만 2부 공연이 끝날 때까지 별다른 사고 없이 행사는 마무리 됐다.

◆ 6번의 사전녹화…총 1만2000명 동원 기록

사상 초유의 사전 녹화를 시도하면서 서태지는 6번의 사전녹화 동안 1만2000명이 넘는 인원을 동원했다.

제대로 된 핌프 록 사운드를 들려주기 위해 사전녹화를 고집한 그는 컴백 당시 "활동 기간 동안 방송에 자주 출연하겠다"는 약속을 간접적으로 지킨 셈이다.

서태지는 24일 12개 인터넷 음악 방송 동시 생중계에 이어 다음날 오후 6시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펼쳐지는 '캠퍼스 2000' 공연에 '닥터 코어 911' '크로우' 등 인디 밴드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뒤 12월 초순부터 열리는 전국 투어 준비에 들어간다.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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