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이번엔 환율…증시 "걱정 태산"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41분


환율이 빈사상태의 국내증시에 또 하나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전날에 이어 21일에도 약세를 면치 못한 점에 비춰볼 때 일단 환율급등(원화가치 하락)은 증시에 악재로 작용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환율상승, 즉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 약세로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회복고 수출이 늘어날 수 된다는 긍정적인 요인은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게 시장 분위기다. 수출효과보다는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외국인들의 이탈 가능성이 더 두렵기 때문이다.

▽악재부담이 더 크다〓환율상승의 효과는 극히 양면적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가격이 일정하더라도 외화표시가격이 낮아져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원자재와 중간재의 수입비용이 적으면서 높은 수출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채산성 회복의 청신호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을 경우. 아무리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이어도 외화부채로 인한 환차손 부담을 무시할 수 없으며 특히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해 내수시장에 완제품을 출하하는 기업은 100% 비용으로 전가된다.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의 환율도 동반 상승(통화가치하락)추세에 있는 데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이 경기둔화 국면에 있다는 점이 큰폭의 수출증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주식시장만 놓고 보면 최근 환율의 급등 조짐은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한국증시에서 ‘털고’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1월 이후 10조9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올해 연평균환율이 1120원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은 이미 상당한 환차손 상태에 있는 셈이다.

▽업종별 명암〓대우증권 이종우연구위원은 “환율급등은 외국인들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주가수준을 한 단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업종별 수혜를 따지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수출증가 효과도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환율상승이 중장기적으로 완만하게 이뤄진다는 가정하에선 수출비중이 높은 업종(기업)과 달러화 자산이 많은 기업이 일단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거꾸로 외화차입이 많거나 원자재 해외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환율상승에 따른 원자재 구입난과 채산성 악화로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업종별 명암을 단순히 수입원재료 비중과 수출비중으로 따져보면 섬유 화학 철강 기계 전자 선박 등 수출주력업종이 유리하고 음식료 및 목재 농약 도시가스 배합사료 의약품 화장품 등 내수업종은 불리한 쪽으로 갈린다. 이종우연구위원은 “제품가격에서 차지하는 수입원자재 비중이 수출비중보다 낮은 업종이 수익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반면 수입원자재 비중이 훨씬 큰 업종은 불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대투신은 이날 보고서에서 “원화가 1200원대에서 안정된다면 일부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이 회복되고 화학섬유와 무역업종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수출비중이 높고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의 주식을 분할매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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