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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20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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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IMF 관리체제를 쉽게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엔고 저유가 반도체특수 등 대외적인 요인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지금은 고유가와 반도체값 하락 등으로 대외적 요인이 훨씬 나빠졌다. 우리의 수출이 크게 의존하는 미국 시장도 경기가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돼 불안하다.
여기에 수준 이하의 정치가 경제 불안을 증폭시킨다.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공적자금 조성을 위한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꼴이 97년 개혁관련 법안 처리가 안돼 대외신인도 하락을 부른 상황과 비슷하다. 97년에는 한보 기아그룹의 처리가 늦어지면서 대외신인도 하락을 가져왔는데 이번에는 현대건설과 대우자동차로 바뀌었다.
IMF 3년을 돌아보건대 최대의 정책 실패는 총선을 의식해 IMF 조기졸업을 선언하고 구조조정과 개혁의 고삐를 늦춘 것이다. 정부가 샴페인을 터뜨리니 사회 각 부문에서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내하려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모럴 해저드를 불러왔다. 공기업은 구조조정이 가장 안된 분야다. 빅딜도 시장의 원리를 거슬러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지금의 위기는 상황의 위기라기보다 대처능력의 위기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의 정책실패도 꼬리를 물었지만 소수 여당의 리더십 부재가 경제 불안심리를 확대시키는 측면이 있다.
공적자금이 적기에 조성되지 못하면 금융 기업 구조조정에 큰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기업들은 엄청난 자금난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국민에게 부실의 부담을 지우는 대신에 형제들에게 분담시키려 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칠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다.
대우자동차는 정부가 직접 나서 해외매각을 서둘렀으나 포드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아직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공적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대우차 노동조합도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부실덩어리 회사에서 구조조정에 저항을 하면 모두가 공멸로 가는 길이다.
여야를 망라한 정치권, 정부 재벌 노조 모두가 3년 전 치욕과 고통의 IMF 사태를 잊어버렸다면 경제위기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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