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정치불안-달러강세로 세계증시 멍든다"

  • 입력 2000년 11월 20일 18시 00분


국내에서 정치권이 증시의 발목을 잡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을 비롯한 일본 동남아시아 지역의 정치불안과 이로 인한 달러강세가 세계증시의 약세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 7일 대통령 선거를 치룬 미국은 플로리다주의 재검표로 인해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만과 일본은 총리 사임을 둘러싼 정쟁이 온통 짓누르고 있으며 필리핀은 총리 탄핵안이 부결됐지만 정치불안이 지속되며 그 후유증으로 페소화 가치가 연일 폭락하는 등 금융불안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미의 페루 역시 후지모리 대통령의 하야와 정치적 망명설이 유력한 가운데 정치소요가 계속되고 있다.

이같이 지구촌 정치상황이 불안해지자 투자안전 상품으로 여겨지는 미국의 국채를 사들이기 위한 달러매집이 성행하면서 달러화 가치는 동남아 남미지역의 로컬통화는 물론 유로 엔화에 대해서도 초강세를 유지, 국제자금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주말을 고비로 조지 부시의 승리가 유력해지고는 있으나 증시는 여전히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연일 약세를 보이며 지난 9월15일 지수 1만1000이 붕괴된 이후 지난 17일까지 45일(거래일 기준) 동안 1만대 초반에서 헤매이고 있다.

나스닥지수 역시 지난 9월8일 지수 4000이 붕괴된 뒤 상승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지난 13일엔 지수 3000이 무너지는 수모를 겪고 있다.

양대 지수의 이같은 움직임은 연말이면 으레 나타나는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마저 무색케 하고 있다.

대만이 심각한 정쟁으로 인해 증시가 침체에 빠진 대표적인 사례다. 천수이벤 총리가 대권을 집권할 당시만 해도 가권지수는 6000대에서 움직였으나 20일에는 지난 96년3월 이후 4년 8개월만에 지수 5000이 붕괴됐다.

가뜩이나 반도체 경기에 대한 논란으로 증시가 휘정거리는 상황에서 불거진 총리직 사퇴를 배경으로 한 여야간 대립과 주요 은행들의 불법대출 사건은 급기야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 지수가 폭락일로를 밟은 것이다.

일본역시 정치가 문제다. 모리 요시로 총리의 불신임안을 놓고 여야는 물론 여당간 대립으로 정치상황이 불안해지자 닛케이225평균주가는 3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일에는 중의원 해산 등 정쟁양상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장초반 강세를 보이던 닛케이주가는 결국 약세로 마감되고 말았다.

주요 국가들의 이같은 불안한 정치불안은 통화가치의 하락을 초래, 증시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일본의 엔화 가치는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9.13에 거래를 마감, 전주말의 108.84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엔화는 지난주 14일만해도 107엔대 초반에서 움직였으나 정치불안이 불거지면서 급락한 것이다.

유로화 역시 최근 달러매수 세력이 급증하면서 유로당 86∼87센트에서 움직이다가 이날 84센트대로 떨어졌다.

필리핀의 페소가치도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탄핵안이 상정되고 이에 대해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맞서면서 최근 달러당 49페소대로 통화가치가 추락했다.

로컬 통화는 물론 유로 엔 등 기축통화들의 달러대비 가치가 일제히 폭락하는 것은 정치불안 등으로 안전한 미국의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급증한 때문이다.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사기 위해서는 유로 엔 또는 로컬통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한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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