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조니워커클래식'서 본 신동 가르시아

  • 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36분


19일 태국 방콕에서 끝난 2000조니워커클래식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25·미국) 못지 않은 대인기를 끈 ‘그린의 별’이 있었다.

바로 ‘스페인의 골프 신동’ 세르히오 가르시아(20).

전날 3라운드에서 복통으로 부진해 우승권에서는 탈락했지만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도 그를 따라다니는 갤러리는 1000여명이나 됐다.

그의 플레이를 옆에서 지켜본 기자는 미국의 골프전문가들이 ‘데이비드 듀발과 필 미켈슨보다 먼저 마스터스를 제패할 확률이 가장 높은 선수’로 가르시아를 꼽는 이유를 알 만했다.

지난해 ‘셔우드대결’에서 우즈에 패한 듀발 대신 올해는 가르시아가 총상금 150만달러를 놓고 매치플레이로 맞대결을 벌인 8월 ‘빅혼대결투’에서 우즈의 상대로 선택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가르시아의 폭발적인 장타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골퍼들은 늘 ‘하체를 가능하면 고정시켜라’는 말을 듣는다. 그래야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체고정은 자칫하면 체중의 역이동(오른손잡이일 경우 백스윙 때는 왼발에, 임팩트 때는 오른발에 체중이 실리는 것)이 발생하기 쉬울뿐더러 백스윙도 짧아져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하는 것.

그러나 가르시아는 달랐다. 백스윙톱에 도달했을 때 왼쪽 엉덩이를 볼의 뒤쪽까지 이동시켜 충분한 파워를 오른발에 실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하니 어깨를 최대한 돌려줄 수 있어 꼬였던 상체가 풀어지면서 강력한 파워가 뿜어 나오는 것이었다. 그의 어깨회전은 우즈와 마찬가지로 120도가 넘는다. TV로 보면 앳된 얼굴 탓인지 키가 1m78인 가르시아는 왠지 작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본 그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장타력에 올 시즌 미국 PGA투어 4위(1.733타)의 ‘고감도’ 퍼팅, 우즈와의 맞대결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배포 등 ‘우승자의 조건’을 두루 갖춘 가르시아. 세기와 코스매니지먼트의 노하우를 가다듬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할까.

아마추어 21승에 지난해 4월 프로로 데뷔하기 전인 17세 때 프로선수들을 꺾고 카탈로니안오픈에서 우승한 천부적인 소질을 지닌 가르시아는 ‘골프 대중화’라는 영화에 우즈와 함께 공동주연으로 캐스팅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미 대스타 반열에 오른 가르시아는 20일부터 이틀간 양산 아도니스CC에서 벌어지는 스킨스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방콕〓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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