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건설이 끝인가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53분


현대건설이 형제사간의 지원을 토대로 어렵사리 자구안을 마련중이어서 사태가 수습의 길에 들어서는 모습이다. 사옥매각문제 등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점을 감안해 철저히 지킬 수 있는 내용의 자구안을 내놓고 신속하게 회사를 정상화하기 바란다. 현대건설이 내놓을 자구안은 이번이 마지막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로써 지난달 1차부도 이후 국내경제 최대의 불안요인 중 하나였던 현대건설 사태가 반전의 계기를 맞았지만 우리는 그 과정에서 빚어진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민간기업간의 거래에 정부 책임자들이 직접 개입함으로써 시장원리와 개혁의 원칙에 배치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외국언론들도 일제히 정부의 개혁의지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지만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정몽구 몽준 두 형제를 통해 몽헌 회장을 지원토록 한 것은 난센스다. 외환위기 이후 계열분리를 통한 재벌개혁 정책을 그토록 부르짖어온 정부가 결국 큰 고비 앞에서 스스로 무릎을 꿇고 원칙을 뒤집는 행동을 한 것은 유감이다.

지배구조개선 문제만 해도 그렇다. 어느 때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라고 그렇게 윽박질러 3부자 퇴진 선언까지 받아내고는 문제가 생기자 은퇴한 오너를 불러 해법을 요구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시장원리에 반한 정부의 이같은 2중적 태도들에 대해 증시는 바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현대건설을 지원키로 한 현대차의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개혁의 후퇴로 본 것이다.

왜 같은 시기에 부도를 낸 대우자동차는 신속하게 퇴출의 절차를 밟으면서 현대건설에 대해서는 정부와 채권은행단이 변칙적 방법까지 써가며 회생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국민은 선뜻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혹시 현대는 대북사업을 하기 때문인가.

더 큰 문제는 꼭 부도가 나고 시장이 깨질 위기를 맞아야만 움직이는 정부와 금융권 리더들의 무소신이다. 현대건설보다 두배에 가까운 빚이 있지만 사업전망이 있는 현대전자의 경우 내년에 5조원 가까운 회사채 상환이 몰려 당장 예방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데 회사와 정부, 채권은행단은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위기가 코앞에 닥쳐야 정신을 차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 경제는 상당히 취약한 상태다. 현대건설 사태는 한번으로 족하다. 정부가 소신과 원칙을 갖고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긴 안목으로 예방적 점검에 나서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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