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들,현대차에 대한 응징으로 매도공세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4시 25분


외국인들이 마침내 현대건설을 편법지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에 대해 응징을 가하기 시작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만나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16일에는 시차 때문에 7520주밖에 순매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내기관들이 대량 순매도에 나서면서 현대차는 1100원(-7.2%) 하락했다.

그러나 오늘은 상황이 달라졌다. 개장초부터 본격적인 매도물량이 나왔다.

2시 10분현재 외국인들은 메릴린치(56만주) CSFB증권(30만주) UBS워버그증권(22만주) 등을 통해 매도하고 있다. 물론 UBS워버그증권을 통해 40만주를 저가매수하고 있다.

이같은 외국인 매도공세로 현대차는 전일보다 950원(-6.7%) 하락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현대차에 대한 매도공세는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형제우애'를 '주주이익'보다 중시하는 봉건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생존력이 의문시되는 현대건설을 지원하여 현대차 주주들의 부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비난이다.

이같은 시각은 오늘(17일) 발표된 UBS워버그증권의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증권사는 현대차의 펀드멘털은 양호하지만 기업지배구조를 문제삼아 투자등급을 2단계 낮췄다. 강력매수에서 보유(Hold)로 하향조정한 것.

현대차가 현대건설에 지원하는 자금규모도 적고 정주영씨 지분(2.69%)를 현대모비스가 인수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현대차에 이로울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 그동안 "계열분리했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고 도와줄 능력도 없다"고 수차례 강조한 지원불가방침을 한순간에 뒤집어 투자등급을 2단계 하향조정 한다고 밝혔다.

이증권사는 계열분리를 통해 어렵사리 얻은 시장의 신뢰성을 한꺼번에 상실했다고 혹평하고 있다. 무엇보다 생존가능성에 의문시되는 현대건설에 단지 '형제'라는 이유로 지원하는 것은 주주이익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한다.

이같은 계열사 편법지원이란 구태를 재현해서 주가의 상승여력을 완전히 소진시켜 버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판단아래 목표가격 2만 1500원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투자등급은 보유로 2단계 낮춘다고 밝혔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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