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Digital]美 몬태나주 순회판사, 자신 잘못에 벌금선고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9시 03분


지난 10월25일 미국 몬태나주 해밀턴시의 한 법정. 해밀턴 시법원의 순회재판을 맡고 있는 노(老)판사가 들어섰다. 그의 이름은 폴 스탠실(68). 그는 정년퇴직한 뒤 한달에 한번씩 이곳 작은 법원의 순회재판을 맡고 있었다.

곧 재판이 시작됐다. 그러나 피고인이 보이지 않았다. 판사는 피고인을 호출하지도 않았다. 판사 자신이 피고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첫 재판은 바로 스탠실 판사가 자신을 상대로 한 재판이었다. 그는 자신의 ‘법정모욕’ 혐의가 인정된다며 벌금 50달러를 선고했다.

판사가 판사 자신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게 된 배경은 이렇다. 스탠실 판사는 9월27일에 재판을 하도록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날 집에서 기르는 조랑말을 돌보느라 재판기일을 깜빡 잊었다. ‘부바’라는 이름의 조랑말이 발을 크게 다쳐 제대로 걷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부바는 스탠실 판사의 손자가 친구처럼 아끼는 말이어서 판사도 정성스럽게 보살펴왔다.

그는 그날 오후 집 전화 자동녹음기에 녹음된 법원 직원의 전화메시지를 듣고서야 재판기일을 잊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탠실 판사는 다음달 재판기일의 첫 사건으로 자신의 사건을 다루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혐의사실을 모두 ‘자백’하고 판결문을 읽었다.

“내가 나 자신의 잘못해 대해 벌하지 않는다면 나는 똑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내 월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50달러의 벌금을 나 자신에게 선고한다.”

스탠실 판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법원 서기에게 “일반 시민도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 벌금형을 부과하는데 나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 사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 www.ledger―enquirer.com의 11월7일자에 실려있음)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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