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국 특검제밖에 없나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43분


또 의혹만 커졌다. 옷로비, 조폐공사 파업 유도, 한빛은행 불법대출, 신용보증기금 대출 보증 외압 의혹에 이어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 수사에서도 검찰은 핵심 의혹을 외면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검찰 수뇌부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과 맞물려 결국 국가적 불행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검찰은 어제 700여억원 규모의 불법대출을 주도한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鄭炫埈)사장과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부회장 등 14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동안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된 정관계(政官界) 인사는 한명도 없다. 금융감독원 김영재(金暎宰)부원장보가 구속되기는 했으나 이번 사건과는 별개의 혐의로 영장이 발부됐다. 요컨대 검찰의 수사결론은 단순 대출사기극이라는 것이다.

물론 검찰은 금감원 등에 대한 로비의혹 추적 등 보강수사를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늘 그랬듯이 검찰은 이번에도 핵심 의혹에 대해선 아예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차례 지적했듯이 이 사건의 핵심 의혹은 정씨와 이씨가 불법을 감추기 위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정씨가 700억원 규모의 사설펀드를 모집했고 경우에 따라선 손실보전을 약속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초기 정씨 등의 입에서 정치인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씨 등이 국회 증인신문에서 여권실세의 이름을 거론한 뒤에도 검찰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불법대출금 사용처, 사설펀드의 실체 등을 제대로 밝히지도 않고 정치인 관련설은 근거가 없다고 단정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뿐만 아니다. 이씨가 정관계 로비의 핵심역할을 맡았다는 정씨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 틈에 이씨의 대리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동방금고 유조웅 사장과 신양팩토링 오기준 사장이 해외로 도피했고 금감원 김 부원장보의 수뢰혐의 등 로비수사는 벽에 부닥치고 말았다.

결국 우리는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풀기 위해선 특검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검찰이 지난해에 이어 또 특검제의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보강수사가 아니라 전면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 때마침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비리척결 마지막 결전’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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