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LG맨' 조성원 그 재주 어디가나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25분


‘만두’ ‘캥거루 슈터’ ‘몽골리안’….

아마도 프로농구 선수 중 별명 많은 것으로 따지면 조성원(29·LG)을 따를 자가 없는 듯 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별명이 붙었다. 8월 정든 현대를 떠나 LG 유니폼으로 바꿔 입은 조성원에게 올 시즌에 걸맞은 별명은 ‘해결사’.

마치 미국프로농구(NBA)에서 고비(클러치·Clutch) 마다 해결사 역할을 한다고 해서 ‘미스터 클러치맨(Mr. Clutch Man)’이라고 불리는 레지 밀러(인디애나)와 닮은꼴이다.

올 시즌 조성원의 활약상은 13일까지 5경기에 나와 평균 31득점으로 득점 3위.

용병 캔드릭 브룩스(신세기)와 데니스 에드워즈(SBS)에 이어 토종 중에선 최고의 성적. 이대로라면 토종 최초의 득점왕도 바라볼 만하다.

이 뿐인가. 조성원에 대한 평가는 좀더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7일 친정팀 현대전부터 내리 3경기를 30득점 이상 올린 조성원의 진면목은 4쿼터에서 나타난다.

상대수비가 집중되고 자신의 체력이 떨어져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는 4쿼터에서 조성원은 어김없이 남보다 한 템포 빠른 3점슛을 앞세워 승리를 지켜냈다.

올 시즌 조성원은 총 득점 155득점 중에서 4쿼터에서 가장 많은 54득점을 올렸다. 한 경기 3점슛 평균이 43%(21개)이지만 4쿼터에서는 역시 쿼터 중 가장 높은 57%(8개).

조성원의 라이벌격인 김영만(기아)과 우지원(신세기)이 2쿼터, 문경은(삼성)이 3쿼터에서 최다득점을 올리는 것과 차이가 있다.

4쿼터가 레지 밀러에게 ‘밀러 타임’이라면 조성원에겐 ‘만두 타임’인 셈.

팀으로 볼 때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쿼터에서 힘을 내주는 그보다 더 예쁜 선수가 또 있을까.

그런데 전 소속팀 현대의 신선우감독은 정규리그 3연승에 챔피언 두차례 등극의 일등공신인 조성원을 왜 버렸을까.

그의 작은 키(1m80)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수비공백 때문. 포지션에 상관없이 빈자리를 메워주는 토털농구를 지향하는 신감독에게 조성원은 항상 쓰기도, 안쓰기도 힘든 걸림돌이었던 것.

더구나 지난해 장신군단 SK에 챔피언 자리를 내준 뒤 찾아온 ‘장신 콤플렉스’가 신감독으로 하여금 판단을 달리하게 만들었다.

조성원의 작은 키가 LG에 왔다고 달라졌을까? 우선 감독의 주문이 달라졌다. 평소 공격적인 농구를 지향하는 김태환감독의 주문은 “다른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슛만 쏘라”는 것이다. 조성원은 “믿어주니 힘이 절로 난다”며 빙그레 웃는다.

숙소에서 퍼즐을 맞추는 것이 취미일 정도로 내성적인 조성원. 그러나 명지대 재학시절 동료들이 감히 눈도 맞추지 못하던 감독에게 대들어 자신의 요구조건을 관철시킨 강단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