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아태지역 부실채권 포럼]“공개매각해 제값 받아야”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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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부실채권을 ‘신속하게 제값받고’ 매각해 클린뱅크로 거듭나는 것은 금융구조조정의 핵심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캠코·사장 정재룡·鄭在龍)가 개최한 제1회 아태지역 부실채권 포럼에 참석한 미첼 글라스만 미국 예금보험공사 국장과 데이비슨 허드만 모건스탠리 아시아 부동산담당 이사의 부실채권론을 김천홍(金天洪) KAMCO 본부장의 사회로 들어봤다.

▽김천홍본부장〓KAMCO도 지난 2년간 39조원 어치의 부실채권을 팔았습니다. 부실채권을 매각한다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허드만이사〓은행이 기업에 대출하거나 투신사가 회사채를 산 경우 기업이 망하면 부실채권이 생깁니다. 금융기관은 부실채권을 신속하게 파는 것이 좋습니다. 국내외 금융기관이나 투자펀드에 직접 팔 수도 있고, KAMCO처럼 부실채권 정리기구인 ‘배드 뱅크’를 중간에 둬서 중개자 역할을 맡기기도 합니다.

▽김천홍〓부실채권을 팔려면 값이 정해져야 할텐데요.

▽글라스만국장〓은행이 100억원을 110억원짜리 건물을 담보로 빌려줬지만 부동산시장 붕괴로 건물값이 50억원으로 떨어진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은행은 100억원 짜리 대출채권을 45억∼55억원 정도를 받고 중개기구 등에 팔게 됩니다. 100% 신용대출이었다면 부실채권가치는 3억∼13억원 정도로 떨어집니다.

▽김천홍〓부실채권을 사들인 국내외 투자자의 투자수익률은 공개되지는 않지만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글라스만〓부실채권 투자자는 은행이나 중개기관이 발행하는 ABS(자산담보부채권)를 구입하는 형태로 부실채권을 삽니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부동산값이 오르거나, 공장 건물을 개조해 부가가치를 높인 뒤 비싸게 팔면 이익이 납니다. 또 채무상환을 미뤄주거나 출자전환을 해줘 기업이 살아난 뒤 채권을 대부분 회수하는 등의 방법도 동원됩니다. 동아시아 부실채권시장은 부실채권을 사겠다는 투자자가 많지 않아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허드만〓부실채권 투자는 고위험 투자여서 당연히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률은 담보 가치의 평가, 채무기업의 회생가능성, 부동산 개발능력 등에 달려있습니다. 한국시장은 경쟁이 심해져 수익률이 예전같지 못합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내에 100명의 기업 및 부동산 평가전문가를 배치해 장기간 거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익만 빼먹고 떠난다는 시각은 사실과 다릅니다.

▽김천홍〓미국의 80년대 부실채권 처리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글라스만〓미국은 80년대 1800개의 저축대부조합이 도산하자 89년 RTC(부실채권처리회사)를 탄생시켜 451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처리했습니다. RTC의 성공은 모든 정보를 즉시 공개했고, 보수적인 채권가격 평가로 추가손실을 막았기에 가능했습니다. 한국도 잠재 부실채권을 숨길 것이 아니라 공개 매각해야 합니다. 또 부실채권정리기금으로 운용되는 KAMCO도 철저하게 이익을 내야 합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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