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청소원이 8억 먹는 세상

  • 입력 2000년 11월 10일 19시 05분


정말 어이가 없다. 청와대 청소원, 정확히 말하면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소속의 8급 위생직 직원이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의 핵심 인물인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鄭炫埈)사장으로부터 8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 경위를 더 따져볼 것도 없이 이 사실 하나만으로 무너져 내린 국가기강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은 청와대 과장으로 행세한 위생직 직원 이모씨가 지난해 11월부터 올 8월 사이 정사장으로부터 사설펀드 투자 손실 보전금 7억여원, 생활비 용돈 등의 명목으로 1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이씨가 코스닥 열풍에 바람이 들어 과장으로 사칭하고 투자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하급직원의 단순 비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우선 정사장이 이씨에게 손실을 보전해 주고 수십차례에 걸쳐 금품을 건넨 목적이 궁금하다. 단지 청와대 과장이라는 말에 넘어가 그 많은 돈을 주었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정사장의 입장에선 그를 통해 해결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 ‘거래’를 했을 것이다. 실제로 정사장은 이번에 동방금고와 함께 문제가 된 대신금고의 간부가 98년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조사를 받을 때 경찰에 잘 얘기해 주도록 이씨에게 부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씨가 사설펀드에 투자한 돈의 출처도 의문이다. 상식적으로 7억여원이 모두 이씨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씨가 정사장을 돕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했던 ‘배후’의 돈일 수도 있다고 본다. 검찰은 이런 의혹들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검찰의 과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정사장이 해온 얘기가 하나 둘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부회장의 금융감독원 10억원 로비, 청와대 직원 관련설 등이 그것이다.

그가 국회 정무위 증인신문에서 왜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과 김홍일(金弘一)의원을 거론했는지, 이경자부회장과 이들 사이에서 로비 통로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신양팩토링 오기준사장의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인지에 새삼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이 터지자 해외로 도피한 오사장이 전화인터뷰를 통해 김의원 등과의 친분을 인정했기 때문에 더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 수사는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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