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도착안된 부재자票 당락의 최대변수로

  • 입력 2000년 11월 9일 01시 36분


‘너무 표차가 적어 당선을 선언하지 못하는(too close to call) 미 합중국 대통령 선거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과연 이런 사태는 왜 벌어졌으며 최종 개표 결과는 언제쯤 나올 것인가. 미국 국민과 언론은 물론 전세계를 혼란 속에 몰아넣은 11·7 미 대선 파장의 원인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CNN 방송 등 미 주요 방송의 ‘부시 후보 당선 확정’ 보도 번복 해프닝으로까지 이어진 이번 소동의 주요인은 부재자투표 문제. 이와 함께 플로리다주의 재검표가 완료되어야만 2000년 대통령 선거의 최종 승자를 확정할 수 있다. 앞으로 길게는 최대 10일까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재자투표(Absentee ballot)〓부재자 투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투표일 당시 피치못할 사정으로 자신의 선거구에 있지 않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

미국의 50개주 각 주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재자 투표를 실시한다.

플로리다주는 이번 선거를 위해 이미 58만5000명에게 투표용지를 발송했으며 선거일 하루전인 6일까지 41만6000장의 투표용지가 돌아왔다.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16만9000장의 투표용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플로리다주는 투표일인 7일까지의 소인이 찍힌 부재자 투표용지를 유효표로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플로리다주 선거관리위원회는 통상 해외에서 발송되는 부재자 투표용지의 경우 길게는 10일 정도가 걸린다고 말한다.

플로리다주 선관위 관계자들은 CNN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1996년 대통령 선거때 2600명의 유효표가 돌아온 전례가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는 플로리다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점을 감안해서 5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정확히 말해서 얼마나 많은 부재자 투표용지가 도착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

또 플로리다주는 각 카운티 별로 부재자 투표를 발송, 접수받아 이를 집계한 뒤 주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는데 일부 카운티가 아직 부재자 투표 결과를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선관위 관리들은 설명하고 있다.

부재자 투표가 유독 플로리다주에서 유래 없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부시와 고어 후보가 그야말로 박빙의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

100% 개표가 완료된 상황에서 부시의 득표수는 290만9199표이며, 고어의 득표수는 290만7544표. 부시가 1655표를 앞서고 있는 셈. 선관위는 언제까지 부재자 투표를 기다릴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일단 열세를 보인 고어 캠프측은 선관위측에 투표일 10일 뒤인 17일까지 부재자 투표를 기다릴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재검표(Recount)〓후보들의 득표수가 크게 차이나지 않아 정확한 집계를 필요로 할 때 실시한다.

플로리다주는 주법에 따라 득표차가 0.5% 이내일 경우 자동적으로 검표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검표를 선언한 것.

밥 버터워스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은 이에 따라 플로리다주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검표가 8일 오후(현지 시간) 실시된다고 발표했다.

검표는 컴퓨터를 통해 실시되며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부시 후보와 고어 후보 진영은 물론 랠프 네이더 녹색당 후보와 팻 뷰캐넌 개혁당 후보 진영에서도 대표단을 보내 모든 과정을 참관하게 된다.

버터워스 법무장관은 검표 결과를 언제 알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8일 오후 또는 9일중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적 마감 시한은 선거인단 투표가 실시되는 12월18일이다.

다만 검표는 개표의 공정성을 위한 것일 뿐 후보의 당락을 결정짓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락의 관건은 유효 부재자 투표용지가 얼마나 도착하고 이 가운데 고어 후보의 표가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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