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유망주 해외진출 숨통 틔나

  • 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이동국
축구 유망주 해외진출이 이번에는 활성화될 수 있을까.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9일 만나 한국축구의 위기돌파를 위한 대책을 논의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년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앞두고 단기간에 전력 향상을 이룰 수 있는 유망주의 해외진출 문제.

대한축구협회는 이미 올 초부터 월드컵 지원단 기술지원팀에서 선정한 19명의 선수를 중심으로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해왔다. 그러나 유럽 축구 무대의 높은 진입장벽과 구단 이기주의, 해당 선수들의 자존심, 병역문제가 뒤엉켜 각각 이탈리아와 벨기에에 입성한 안정환(페루자)과 설기현(앤트워프)외에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런 면에서 김장관과 정회장의 9일 만남에 거는 축구계의 기대는 크다. 일단 제도적인 걸림돌만이라도 해결한다면 해외진출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마침 지난달 아시안컵축구대회에서 득점왕(6골)에 올랐던 이동국(21·포항 스틸러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톤 빌라의 러브콜을 받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톤 빌라는 입단테스트 없이 이적료 150만달러(약 16억5000만원), 연봉 50만달러(약 5억5000만원)의 좋은 조건에 이동국을 영입할 의사를 내비쳤다는 것.

이밖에 최태욱 이천수 고종수 박진섭 이영표 김도균을 비롯해 박재홍 심재원 박동혁 등 올림픽팀 주전 수비수도 축구협회의 주선으로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사실 그간 유럽에서 볼 때 한국 선수들은 일본이나 중국 선수들에 비해 매력이 없었다. 선수 개개인의 실력을 떠나 스폰서나 관광객 수입, 선수 출신국가 시장개척 등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이탈리아 페루자로 진출한 안정환(전 부산 아이콘스)이 벤치 신세로 전락한 것도 일본 축구영웅 나카타와 비교해볼 때 상업적인 판단에 의한 영향이 크다. 그런 면에서 유망주의 유럽 진출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실력이다. 일본 아사히신문 나카코지 축구전문기자는 “나카타의 경우 페루자로 진출했던 초반에는 상업적인 혜택을 분명히 봤으나 이후 금전적인 측면에서 아쉬울 게 없는 AS로마로 이적할 때는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나카타가 현재 교체멤버로 떨어진 것 역시 실력의 한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축구협회와 정부에서 여러 제도적인 문제점을 해결한다해도 성공 여부는 선수 개개인의 실력과 각오에 달려있다. 모처럼 맞은 기회를 살리는 것은 전적으로 선수들의 몫이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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