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들 증시 들었다… 놓았다…

  • 입력 2000년 11월 6일 18시 37분


기업퇴출 이후 첫날인 6일 증시가 롤러코스터장세(Roller coaster·심한 널뛰기장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아직 증시에선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증시는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으나 선물시장의 의외의 복병이었다.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매수 매도를 반복하면서 현물시장의 주가도 덩달아 출렁거렸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현물시장에선 6일째 순매수를 이어가 ‘현대건설 처리문제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했다.

▽롤러코스터 주가의 정체는〓외국인들은 오전장 동안 선물시장에서 12월물 선물에 대해 4000계약 가까이 순매수하는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지난 주말 매도포지션을 환매수하고 신규 매수에 나선 것은 그만큼 향후 장 전망을 밝게 본다는 증거. 선물시장이 강세로 돌아서면서 프로그램 매수를 유발, 종합주가지수는 오후장 한때 21포인트 급등한 58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오후 2시반경 상황은 갑자기 돌변했다. 개인들이 덩달아 추격매수를 해오자 외국인들이 개인들에게 선물을 떠넘기면서(전매도하면서) 선물이 하락하고, 프로그램 매도가 쏟아져 주가도 하락세로 반전한 것. 결과적으로 외국인들은 선물공략이 성공하면서 단기투자차익을 십분 챙긴 셈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선물시장에서 투기적인 외국인 매매세력들이 준동하면서 현물시장이 춤을 추는 취약한 장세가 펼쳐졌다”며 “하지만 현물을 700억원 이상 순매수한 것을 보면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불신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요동친 현대건설 주가〓급등락한 현대건설 주가도 시장의 관심을 끌 만했다. 개장 이후 오전장까지 하한가에서 바닥을 기던 현대건설은 오후 들어 하한가 탈출은 물론 상한가에 바짝 다가서는 저력을 발휘, 투자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게 했다. 그러나 종가는 겨우 10원 오른 1560원으로 마감, 강보합 수준에 그쳤다. 현대계열사 주가도 현대건설의 등락에 따라 춤을 췄다.

물론 현대건설의 하한가 탈출의 계기는 현대건설이 채권단의 출자전환 감자요구를 잠재울 수 있는 획기적인 자구계획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풍문. 시장에는 ‘현대전자 매각’이 그럴듯하게 유포됐다. 하지만 곧바로 현대건설 측이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계열사 보유주식 포기’의사를 밝히면서 주가는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시장에선 ‘팔아봤자 1000억원 수준인데 그것 가지고 현대건설을 살릴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한 증시전문가는 “오죽했으면 ‘현대 계동사옥터에 금광이 발견됐다’는 헛소문까지 나돌았겠느냐”며 이는 역설적으로 현대가 내놓을 만한 자구안이 없다는 반증이라고 귀띔했다.

▽당분간 조정과정을 거쳐야 할 듯〓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다 꺾이면서 당분간 20일선 이동평균선이 지나는 540선 안팎까지 조정과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애당초 퇴출발표를 전후로 해 5일(6일 장중 상승 포함)연속 상승, 과열권에 진입했기 때문에 숨 고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리젠트증권 김경신 이사는 “외국인들이 현물시장에서 6일 연속 주식을 순매수하는 것으로 볼 때 아직까지는 현대건설에 대한 처리방향이 기대와 크게 엇갈린 것 같지는 않다”며 현대건설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구조조정 의지가 훼손되지 않는 한 상승반전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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