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무역장터 '서플러스글로벌']사이버 '땡처리' 뜬다

  • 입력 2000년 11월 5일 18시 53분


최근 식품회사인 J사는 종합상사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재고 냉동돼지고기 20만달러어치를 러시아육류업체에 팔아 넘겼다. 전국을 휩쓴 구제역으로 국내산 돼지고기의 일본수출이 막혀 냉동창고에서 비싼 보관료만 잡아먹던 골칫거리였다.

J사가 활용한 인터넷사이트는 ‘서플러스글로벌’ (www.surplusglobal.com 대표 김정웅). 유휴설비와 재고품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인터넷무역 사이트다. 미국 유럽에서는 이같은 일명 ‘땡처리 전문 사이트’개념의 B2B(기업간 상거래) 마켓플레이스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이 망하거나 설비교체로 인해 남아도는 기계, 중장비 같은 공장설비나 재고품들을 외국의 수요자들에게 중개하는 인터넷무역장터인 셈이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순수 인터넷기업으로 7월 사이트를 연 지 불과 4개월만에 14건, 215만달러어치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인터넷이 아닌 일반 무역회사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성과다.

이 사이트에서의 주문과 계약은 인터넷거래답게 독특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업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인터넷마케팅. 우선 재고물품이 있다는 정보나 재고처리 요청이 들어오면 일단 이 물건을 상세한 정보를 사진과 함께 인터넷에 올린다.

진짜 마케팅은 그 이후. 매물을 살만한 전 세계 기업들의 E메일 주소를 수만개 확보한 다음 이들에게 직접 E메일을 보낸다. 회수율은 5∼10%에 불과하지만 이들 가운데 구매의사를 밝히는 기업들이 적지 않게 포함되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진다.

미국 일본 중국 등 80여개국의 1400여명이 가입된 고정회원도 중요한 자산이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수백만개의 기업 E메일을 확보, 약 10만건으로 분류해두고 매주 2000∼3000통의 E메일을 발송하고 있다.

거래되는 품목은 밍크코트, 냉동돼지고기에서 중고 모니터, 프린터같은 컴퓨터 정보통신 재고물품과 크레인, 섬유기계같은 기계설비 등 다양하지만 절반 이상이 기계류다. 최근에는 대구지역의 섬유경기 침체로 직기 등 의류관련 설비들이 많이 나온다.

이회사 김정웅사장은 “한국에서는 부도, 설비교체로 기계들이 고철로 녹슬고 있는데 반대로 중국같은 곳에서는 한국 중고기계들이 좋은 값에 팔린다”며 “성사되면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거래”라고 말한다. 앞으로는 제품교체율이 빠른 컴퓨터 이동전화기 등 중고 정보통신기기의 거래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사장은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재고 유휴물품의 거래시장은 연간 2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오프라인으로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지만 인터넷으로는 얼마든지 뚫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현동아닷컴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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