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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2일 0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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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김형식씨(39)는 “오늘 아내와 집을 팔기로 결정했다”며 “월급과 상여금도 안나오고 앞으로 나온다고 해도 언제 나올지 몰라 집을 팔아 생계를 꾸려 나가기로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포드의 인수포기 선언이후 자동차가 잘 팔리지 않아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의 공장가동율은 종전의 55%선에서 38%수준으로 뚝 떨어지면서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사무직 대리 이하 2000여명과 생산직 7500여명에게 지급해야 할 8월분, 10월분 보너스(400억원)가 지금까지 지급되지 않고 있다. 또 9, 10월 두 달분 월급 600억원도 지급되지 않아 직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빚을 얻어 생활비를 충당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 은행대출을 위해 재직증명서를 떼는 직원이 종전 하루 20여명에서 요즘은 100명 이상으로 늘어났으나 은행은 까다로운 대출조건을 내세워 직원들을 고달프게 하고 있다.
강인희 노조사무국장(39)은 “대우자동차가 아무리 어려워도 10일 이상 임금이 체불된 적이 없었다”며 “오락가락 정부정책에 근로자만 죽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이영국 대우자동차 사장이 31일 부평 부산 군산 창원 등 4개 공장 직원 1만9000여명 가운데 3500여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하자 공장 주변은 초상집 분위기다.
대우자동차 주변의 상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우자동차 직원들이 거주하고 있는 청천동, 산곡동 일대의 대형매장은 매출액이 평소보다 20%가량 줄었다. 부평 공장 주변에서 중국집을 경영하는 문춘곤씨(40)는 “대우자동차가 잘 나갈 때는 대우자동차 손님들이 1, 2층 좌석 70석을 다 차지할 정도였으나 요즘은 20∼30명에 불과하다”며 “매출액이 적어 살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대우자동차 협력업체들도 숨막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납품대금 2000억원 가량을 받지 못한 1000여개 협력업체들은 하루 하루를 부도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대우자동차에 트랜스미션을 납품하고 있는 인천 남동공단의 S기업는 지난달 18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부도를 내고 말았다.
이에 따라 인천지역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대우차 연간 매출액은 5조원. 여기에다 인천지역 1차 협력업체 매출액 1조원까지 합치면 약 6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인천지역내 전체 제조업 매출액 33조원의 18.4%에 해당한다.
대우중공업, 대우전자 등 인천소재 대우계열사와 4000여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총 매출은 11조원에 이르러 대우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경우 인천경제는 회복 불능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인천〓박정규기자> 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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