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감독은 '파리목숨'

  • 입력 2000년 11월 1일 19시 08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축구황제’ 펠레가 지난주 나란히 축구 경기를 축하하는 행사를 가졌다.

교황은 8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대표팀과 이탈리아 1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선수 선발팀간의 경기를 8만 관중과 함께 지켜봤다.

이날 선수들은 교황이 “스포츠가 문화와 민족이 다른 세계를 하나로 융화시킬 큰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상기시킨 탓인지 아무도 반칙을 하려하지 않았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였던 펠레는 60회 생일을 맞아 경기전 축배를 제의했는데 이것은 한 가난한 소년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날 경기는 40억 인류중 가장 유명한 두 사람의 정열을 담은 인상적인 행사였다. 교황은 한때 골키퍼였고 펠레는 선수시절 1279골을 성공시켰었다.

그러나 아시안컵축구가 끝나면서, 그리고 2002년 월드컵이 좀 더 조명을 받으면서 지금 이순간 축구경기에 축복을 내리기보다는 회한의 감정을 토로하는 사람이 적어도 30명은 있다.

바로 각국 대표팀 감독들이다. 2년전 프랑스월드컵 본선에 오른 32개국중 현재 단 두 나라만 그당시와 감독이 같다. 스코틀랜드의 크레이그 브라운, 칠레의 넬손 아코스타 감독이다.

그 누구도 2년후 월드컵때 브라질이나 잉글랜드,독일 감독에 누가 올라있을 지 확신할 수 없다.

사실 이 세 나라가 본선에 오른다는 것도 지금으로선 가정에 불과하다.

브라질은 호나우두가 주저앉은 가운데 프랑스에 0―3으로 패한 비극의 프랑스월드컵 결승전 이후 벌써 네 번째 감독이 바뀌었다.

브라질 의회는 미국의 한 세계적 스포츠용품사가 브라질축구를 얼마나 휘두르고 있는지,프로축구 운영에 회계 비리는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는 분명 이례적인 조사다.왜냐하면 브라질축구는 종교보다 더 강력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대표팀은 마리오 자갈로의 뒤를 이은 완더리 룩셈부르고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자리를 내놓은 뒤 브라질 대표팀에 복귀한 호마리우는 골키퍼 출신으로 새 감독이 된 에메르손 레오웅에게 “감독의 역할은 나를 뽑고 나의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감독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잉글랜드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케빈 키건감독이 유로2000에서의 부진에 이어 월드컵 지역예선 독일전에서마저 패하자 지휘봉을 놓았다. ‘축구 종주국’이라는 자존심이 강한 잉글랜드는 스웨덴 출신 스벤 고란 에릭슨감독이 내년 7월 사령탑에 오를 것을 약속하기 전까지 혼란에 빠져 있었다.

독일 역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루디 펠러감독의 지휘아래 최소한 몇경기는 이겼다. 독일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2002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을 경우 크리스토프 다움이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다움이 코카인을 복용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다움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진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움큼 뽑아 검사를 받았으나 소문은 사실로 판명났다.

그는 마피아가 자신을 음해했다며 미국으로 달아났지만 결국 조국에서는 ‘불쌍하고 형편없는 사람’으로 전락했다.

현재 이란은 자랄 탈레비감독 대신 그를 영입하려고 노력중이다. 아마 그는 새출발이 필요할 것이고 문화차이도 극복할 것이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오늘부터 2002년 여름 사이에 그가 다시 내쫓길 수 있는 날은 500일이나 된다.

2002년 여러분앞에서 경기를 펼칠 32개팀의 사령탑이 누가 될지는 현재 아무도 알 수 없다.

<잉글랜드 축구 칼럼니스트>

robhu@compuser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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