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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31일 12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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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만 하더라도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은 나란히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불안의 수위를 높였으나 동아건설에 대해 전격적인 `사실상 퇴출' 판정이 내려지면서 혼조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정부나 채권단은 그동안 부실 대기업에 대해 회생과 퇴출사이를 오가면서 시장 흐름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분명한 해결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 흔들린 정부 = 정부는 그동안 기업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회생 불투명한 부실기업은 퇴출시킨다'는 원칙을 천명해온 바 있다.
그러나 시장 및 외국인투자자 등의 원칙 이행 요구에도 불구하고 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이틈에 일부에서는 동아건설 등 3개 대기업이 모두 회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매도세와 함께 주식시장은 내리막길로 치닫고 경제 위기 의식은 높아만 갔다.
이런 가운데 채권단이 30일 동아건설에 대한 자금지원 및 워크아웃 중단을 전격적으로 결의, 사실상 퇴출로 방향을 잡고 현대건설이 1차부도를 내면서 부실기업 회생과 퇴출 작업은 절정에 이른 분위기다.
◆현대건설은 어디로 가나 = 시장 평가는 현대건설의 경우 최종 부도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쌍용양회도 현재는 회생쪽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경우 30일 1차부도로 실상이 상당부분 노출된 만큼 채권단의 움직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채권단은 우선 현대건설 문제가 현대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한편 현대건설에 대한 자구노력 등에 대한 압력의 강도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과 현대쪽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는 처리 방향이 전과 달리 급물살을 타고 주변의 '원칙 처리' 목소리도 현대건설을 압박할 전망이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안 될 것은 빨리 정리하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부로서는 하청업체나 실업 등 시장 이외의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시장 전망 = 대기업들의 퇴출은 하청업체나 다른 중소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쳐 단기적으로는 충격파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부실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시켜줌으로써 기업 체질을 강화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주가는 초반에는 다소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겠지만 차츰 불안정성을 해소해간다는 차원에서 플러스 효과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부실 대기업의 처리 방향이 나오면서 이제는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 정부나 채권단이 어떤 방향을 보일까 하는 점이 시장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엥도수에즈더블유아이카 김기태 이사는 "부실대기업의 퇴출은 단기적으로를 충격으로 와 닿겠지만 시장이 원하는 바"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기업에 대한 엄정한 판정에 이은 원칙적인 처리가 시장의 신뢰를 얻고 한국 경제를 제 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기성<동아닷컴기자>basic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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