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정현준게이트]대주주 배불리는 CB-BW 발행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8시 50분


‘정현준게이트’를 통해 코스닥시장에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낮은 가격으로 발행해 대주주과 그 측근들만 부를 챙기는 것으로 드러나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CB발행가격과 BW전환가격에 대한 제한이 생기기 이전인 작년 7월말까지 모두 26개사가 69건의 사모 CB와 BW를 발행했다고 공시자료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CB나 BW를 기업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다고 공시했지만 내용상 대주주 등의 이익을 노린 것이 상당수였다. 예를 들어 증시에서 주당 10만원대로 거래되는 기업이 CB발행가격이나 BW전환가격을 1만원으로 정해 주당 9만원정도의 차익을 챙기는 것이 가능했던 것.

더구나 전환시점도 대주주들이 인수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정했다. 전환시점이 발행일 한달 뒤거나 즉시 가능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대부분의 코스닥기업은 사모 CB와 BW 인수자를 대주주 친인척이나 특수관계인 등으로 제한하는 것이 관례였다.

실제로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주사장은 전환가격이 1000∼2000원대인 CB를 작년 한해동안 10여차례나 발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한국디지탈라인 주가는 최고 3만8000원대까지 올라 정사장은 수천억원대의 차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

유일반도체 장성환사장 역시 발행시점을 늦추고 전환가격도 낮춘 BW발행으로 30억원대의 차익을 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해외발행 CB의 경우 국내 자금이 해외로 나간 뒤 재유입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협회 한 관계자는 “제3자배정 CB나 BW 발행할 때는 합리적인 가격결정 근거를 상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낮은 가격의 CB나 BW 발행으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이 주총 등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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