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국내 두번째 女기수후보생 이금주-이신영씨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8시 56분


《“외국의 유명 여기수들처럼 남자들 못지않은 훌륭한 경마기수가 될 거예요.” 경기 과천경마장 ‘기수후보생 학교’에서 이금주(24) 이신영씨(20) 두 여기수 후보생은 오늘도 혹독한 훈련을 견디며 장래 여기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기수후보생 20기로 지난해 5월 입교한 이들은 2년 교육과정을 마친 뒤 경마기수 면허를 따면 내년 7월부터 당당한 경마기수로 나설 예정이다.

우리나라 경마 사상 두번째로 여자 기수가 탄생하는 셈. 서울 뚝섬 경마장 시절인 75년 이옥례씨가 첫 여성기수로 약 6개월간 활약한 적이 있다. 이 곳에서 두 사람이 겪는 훈련과정은 남자 후보생들과 마찬가지로 가혹하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들은 새벽 4시 기상해 경마장에서 말을 타는 실전연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경주 마술연습, 오후 이론수업을 마치고 자신이 타는 말에게 건초를 주고 목욕시키고 나면 저녁이다.

저녁에는 체력을 기르기 위한 러닝과 헬스가 필수. 오후 9시 취침 점호, 10시 소등. 빡빡하게 짜여진 군대식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몸무게 50kg의 후보생 선발기준을 통과했지만 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역시 몸무게(이금주 45kg, 신영 48kg) 조절이다. 이금주씨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져 괜찮아졌지만 처음에는 배가 고파 한 잠도 못 잤다”면서 “지금도 가끔은 먹고 싶은 욕심을 참느라고 힘들 때가 있다”고 털어놓는다.

낙마에 따른 부상도 항상 조심해야 할 일. 두 사람 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이금주씨는 7월 경마장 실전연습 중 낙마해서 얼굴과 목을 다쳐 다시는 말을 못 탈 뻔하기도 했다.

금녀의 영역에 처음 들어온 만큼 애피소드도 많았다. 이신영씨는 “경마장 종사자들이 여자를 보면 재수없다며 처음엔 꺼리기도 했어요. 저희들 있는 건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데서나 옷을 벗고 샤워하는 거예요. 얼마나 황당하던지”라며 웃는다.

처음 20기 여자 후보생은 5명이었지만 1명은 그만두고 2명은 휴학 중이다. 그만큼 여성기수가 되기가 쉽지 않은 것.

이들의 당면목표는 학교를 졸업한 뒤 내년에 있을 기수 면허심사. 그러나 먼 장래의 포부는 각기 다르다.

이금주씨는 10년 정도 기수생활을 한 다음 말을 관리하고 기수를 조련하는 조교사가 되는 것이, 이신영씨는 경마를 총괄하는 권위 있는 자리인 재결위원이 되는 것이 각각의 꿈이다. 하지만 모두 기수 생활을 하는 동안은 20년 가까이 명기수로 이름을 날리다 올 5월 은퇴와 함께 미국 경마 ‘명예의 전당’에 여기수로는 처음 등재된 줄리 크론(36)처럼 되는 게 가장 큰 소원이다.

경마기술을 가르치는 교관 임한씨(39)는 “이들은 말을 다루는 데 부드럽고 예민해 남자들보다 말과의 호흡이 더 나은 편”이라며 “그러나 경주 때 과감성이 떨어지는 점만 보완하면 훌륭한 기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한다.

<과천〓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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