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터뷰]<하면 된다>의 이범수, 개성연기 카리스마 넘쳐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8시 39분


키가 더 크고 얼굴이 좀 더 잘생겼다면 그는 제2의 최민수가 됐을지도 모른다.

28일 개봉되는 코믹영화 ‘하면 된다’에서 가장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준 영화배우 이범수는 영화속 희극적 이미지와 달리 카리스마적 분위기가 물씬한 연기자였다.

돈에 쪼들린 일가족이 전문적인 보험사기단으로 바뀌는 모습을 통해 금전만능주의를 풍자한 ‘하면 된다’는 그의 말을 빌리면 “이 가을 코미디영화에 굶주린 분들에게 권하는 영화”다. 이범수는 보험금을 노리고 집안에 끌어들인 시골청년 원광태로 분해 앞뒤 안가리는 무식함과 질긴 생명력으로 오히려 보험사기단 가족을 공포로 몰아넣는 발군의 코믹연기를 보여준다.

“배우는 카리스마가 있어야죠. 이웃집 오빠처럼 푸근하다면 이웃집으로 가지 왜 돈을 내고 영화를 보러오겠습니까. 최소한 제 연기를 보러 오시는 분께는 돈이 아깝지 않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 걸까.

이범수는 90년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한 이래 16편에 출연했다. 하지만 대부분 단역에 불과했다. 그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99년 ‘태양은 없다’에서 악질 사채업자역을 맡으면서였다. 그후 ‘신장개업’과 ‘러브’ ‘아나키스트’를 거치면서 1년 사이 출연료가 10배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시 태어나면 절대 배우를 하지않겠다”고 말할 만큼 심한 마음고생이 있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88학번인 그는 졸업에 필요한 세 작품의 7배 이상인 23편의 연극에 출연해 연기력을 다졌다. 그래서 남들이 4년 다니는 학교를 ‘의대 나온셈 치자’며 6년이나 다녔다.

그러나 현실은 차가웠다. 맨손으로 뛰어든 영화판에서 그는 오디션도 제대로 못받아보고 단역에만 만족해야 했다. 그를 잘 아는 대학시절 후배들로부터 “정말 잘 참았어, 형”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난 정말 잘 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용문신을 그려넣기 위해 4, 5시간씩 10여차례나 수작업을 반복했다. 그래도 지겨워하기는 커녕 “광태, 그녀석 참 안쓰럽지 않아요”라며 자신이 맡은 배역에 푹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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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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