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상탈출]이대실씨의 청량산 '산꾼의 집'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44분


‘오고가고 아픈 다리 약차 한 잔 그냥 들고 쉬었다 가시구려.’(초막산인)

어풍대 지나 청량사로 내려가는 계곡의 길목. 퇴계선생을 기리기 위해 지은 오산당(吾山堂) 옆의 작은 초막 ‘산꾼의 집’ 안에 붙은 글귀다. 이렇듯 깊은 산 중이라면 대처보다 두 세배는 더 받아도 됨직한 약차인데 ‘그냥’ 들고 가라니…. 그래서 누구든 머뭇거리게 마련.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다. ‘초막산인’ 이대실씨가 무료로 내는 것이다. 공휴일에는 2000여잔이나 나갈 만큼 인기인 이 차는 수행스님들이 들던 것인데 맛도 좋다.

“내것 네것이 없는 산생활 중에 약차 한 잔 나눠 마시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합니까. 내 것도 나누자는 마음만 갖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람이 없겠지요.”

벌써 입산 12년째. 초막에서 홀로 사는 이씨는 허기진 등반객에게는 라면도 공짜로 끓여 준다.

“중학교 3학년 때 였지요. 이 산에 왔다가 절과 산에 반해 스님이 되고싶었지요. 그랬더니 비구니스님이 쫓아냅디다. 속으로 ‘언젠가 이 산에서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말이 씨가 됐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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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군에서 사진촬영기사 보조원으로 시작, 예식장빌딩 한 채를 지을 만큼 돈을 번 그는 ‘가업을 이뤘으니 약속대로 빈 손으로 산에 가리다.”고 말한 뒤 청량산에 들어왔다. 현재 그는 여기서 도자기도 굽고 강연도 나가며 혼자 산꾼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40여년 산행에 17차례의 해외원정등반 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전문 산악인. 8월에는 금탑봉 산길에서 150m높이의 낭떠러지에서 추락, 벼랑 한중간에 매달려 있던 어린이를 구조했다. 그가 청량산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사례비를 건네는 부모에게 했던 이 말로 가늠이 된다. “아이가 다칠 뻔 했다고 해서 청량산을 미워하지는 마십시오.”

문의 054―672―8516 017―53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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