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나스닥, 美고수들 엇갈린 전망 "추가하락-바닥쳤다"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8시 44분


미국 증권가에서 최고의 스트래지스트(투자전략가)는 단연 골드만삭스의 애비 코언.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이들중 한 사람이 모건스탠리딘위터의 바톤 빅스다. 이들은 연초부터 미 증권가의 낙관론과 신중론을 대변해왔다.

둘이 최근 다시 일합을 겨뤘다.

빅스씨는 16일(미국 시간) “나스닥지수가 (전고점에서 반토막이 난 수준인) 2500포인트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밝혔다.

그는 “13일에 있었던 7.8%의 나스닥 반등세는 단기에 그칠 것이며 기술주를 중심으로 약세장(bear market·주가지수가 30%이상 하락하는 장세)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그는 “나스닥지수가 14일 기준으로 연초에 비해 18.5% 하락했으나 나스닥의 주요 인터넷업체들의 주가는 1년전에 비해 37% 올랐다”고 말해 인터넷주의 추가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코언 여사는 지난 13일 “미 증시의 대표지수인 S&P500지수가 올 연말까지 1575포인트(17일 종가 기준 16.7%), 내년말까지 1650포인트(22%)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종전 주장을 다시금 강조했다. 나스닥지수에 대해서는 한번도 수치 전망을 내지 않았던 그는 최근 나스닥시장이 바닥권에 다다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4·4분기 이후 기업실적이 과거보다는 못 하겠지만 모두가 우려하는 것처럼 증시가 망가질 정도로 크게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두 사람간 입장 차이는 경기둔화 속도와 인터넷 및 기술주 거품의 해소 속도에 대한 판단 차이에서 비롯한다. 미 증권가의 내로라하는 스트래지스트들도 경기둔화와 기술주거품이 미국 증시의 운명을 결정할 두가지 변수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입장은 다들 제각각이다.

현재 스트래지스트 인기투표(www.smartmoney.com/pundits)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페인웨버의 에드워드 커시너는 기술주가 15∼20%가량 저평가됐다는 입장. 5위를 마크중인 모건스탠리의 바이런 빈은 “연말까지 큰 랠리 없이 지수는 평평한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본다. 7위 도이치방크의 에드워드 야데니는 “다우지수와 S&P500은 지난 2년간의 완만한 추세를 따라갈 수 있지만 나스닥은 궁극적으로 2800포인트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특출난 스트래지스트는 없지만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딘위터와 더불어 미 증권가 3인방을 형성하고 있는 메릴린치는 최근 “나스닥지수 3600선 이하는 증시에 다시 들어갈 기회”라면서 나스닥바닥론에 힘을 실어줬다.

요컨대 지금 미국 증시는 무엇이 문제인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그 문제가 어느정도 심각한 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나스닥지수는 8월 내내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9월들어 변변한 반등없이 미끄러져 내리더니 10월 들어서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헷갈리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월스트리트 저널 12일자는 “시장의 저점은 투자자들이 주식에 묻어둔 재산이 모두 송두리째 쓸려내려간다는 느낌을 갖고 매수를 두려워할 때 나타난다. 그러나 지금 시장에는 그런 두려움이 사실상 발견되지 않는다. 약세국면에서 나타나는 수익증권 대량환매도 현상도 없다. 그런데도 시장주변의 지배적인 의견은 주식을 현금화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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