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서장훈 이제야 '임자' 만났네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8시 27분


서장훈
‘골리앗’ 서장훈(SK 나이츠)이 드디어 ‘임자’를 만났다.

서장훈은 가공할 키(2m07)를 무기로 국내 코트를 평정해온 한국 프로농구의 자존심.

지난해에는 소속팀을 정규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뒤 팀 전체 연봉 상한액(샐러리캡·9억4500만원)의 35%인 3억3000만원의 연봉을 챙기며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그러나 이미 ‘서장훈의 전성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성급한 전망을 들을 만큼 올시즌 강력한 도전자를 만났다. 그동안 용병선수의 키를 ‘2m0574 이하’로 제한했던 규정이 올해 풀리면서 신장에서 서장훈을 능가하는 장신 센터가 대거 등장했기 때문.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2000∼2001시즌 드래프트를 통해 기아 엔터프라이즈에 둥지를 튼 듀에인 스펜서(28).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출신인 스펜서는 키가 ‘2m073’으로 역대 용병 중 최장신이자 그동안 토종과 용병을 통틀어 키 서열 공식 1위였던 서장훈을 2위로 끌어내린 장본인이다.

스펜서가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키뿐만 아니라 본무대에서 닦은 실력. 포워드가 본업인 스펜서는 조지타운대를 거쳐 루이지애나주립대로 전학한 3학년 이후 팀이 속한 SEC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15.1점을 올리며 득점 랭킹에서 8위에 올랐고 리바운드 4위(경기당 7.7개), 필드골 3위, 3점슛 성공률 49% 등을 기록한 올라운드 플레이어. 대학 졸업 뒤 미국프로농구(NBA) 하위리그인 CBA 포트웨인퓨어리에 지명됐지만 아르헨티나로 발길을 돌려 98∼99시즌 경기당 평균 18득점, 9리바운드를 잡는 맹활약을 펼쳤다.

김유택 기아코치도 “슛이 좋은데다 포스트업플레이에 능하고 머리도 좋아 국내 무대에 쉽게 적응할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맞수의 등장에 위기 의식을 느낀 서장훈은 요즘 ‘파워’를 기르는데 여념이 없다. 평소 골밑에서의 몸싸움을 꺼리는 것으로 유명한 서장훈이 힘에다 신장까지 겸비한 스펜서의 등장으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웨이트트레이닝장을 찾아 근력을 기르느라 구슬땀을 흘릴 수밖에 없게 된 것.

서장훈과 스펜서는 14일 열리는 시범 경기에서 첫 맞대결을 펼친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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