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압구정동 '이스포피아']도심 '스포츠 천국'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8시 40분


한강 체육공원도 아니고 학교 운동장도 아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아파트숲과 20m도 채 떨어지지 않았다.

농구 축구는 기본. 인라인하키를 즐기는 어린이와 청소년들, 트램펄린에 뒹굴고 점프하며 노는 꼬마들, 배드민턴을 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사이사이 트랙에서 킥보드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데이트족, 스낵바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까지.

말 그대로 세대를 뛰어넘은 메트로인들의 생활체육 현장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고교 바로 뒤편에 자리한 ‘이스포피아(E―Spopia)’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주 일요일에도 이곳을 찾은 주부 채미나씨(35·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들 최지웅군(10·계성초등학교 3)이 인라인하키를 하는 것을 지켜본 지 6개월이 됐다.

“한번 뛰면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릴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밥도 많이 먹고, 좀 있으니까 어깨도 떡 벌어지더라고요.”

하루 입장료 1000원, 매주 토요일 한번씩 레슨을 받으며 주중에는 자유롭게 나와 연습하는 데 월 6만원 정도 든다. 요즘은 특히 초등학생들이 많은데 지웅군은 “애들끼리 시합하는 게 제일 좋다”며 활짝 웃었다. 시합을 통해 내면의 열기와 열정 같은, 그 무언가를 발산하는 과정에 ‘스포츠키드’는 푹 빠져 있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남자하키 은메달’바람이 인라인하키 바람으로 옮겨간 모양이다. 밤에도 조명등이 대낮같이 켜지는 덕에 오전 2시까지 이곳에서 농구에 열중하는 이들도 많다.

학교 아마추어농구팀 주장을 맡고 있는 김상현군(17·현대고 2)은 “밤 12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한 뒤 여기 와서 한 2시간정도 땀을 빼고 가죠.

PC방을 가거나 그냥 길거리에서 수다떠는 것보단 나은 것 같아요”라며 숨을 헐떡인다.

라이프사이클이 바뀐 것일까. 신세대 직장인이나 젊은이들은 심야시간에 더 많이 찾는다.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유수철씨(34·시스게이트)는 “술집 노래방 같은 한정된 놀이공간에 비해 한밤의 농구 한 게임은 얼마나 생산적이냐”며, 여자친구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며 데이트를 즐기는 이지훈군(20·서울 강남구 청담동)도 “밤에는 불그스레한 조명에서 운치마저 느껴진다”며 예찬론을 편다.

이곳은 원래 현대고교가 1980년대말 현대중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소유하고 있던 부지였다. 그런데 인근에 신사중학교가 들어서면서 용도변경이 여의치 않아 유휴지로 돼버렸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난 뒤 이스포피아와 강남구청, 현대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공익목적의 체육시설이 들어서게 된 것.

이스포피아는 지난해 말 농구골대 하나로 문을 열었다. 이후 3500평 규모의 대지에 폴리우레탄 트랙과 미끄러지지 않아 안전사고의 예방이 되는 케미컬 코트시설을 계속 확충, 지난달부터 종합적인 시설을 갖추었다.

왁자지껄, 영차 영차. 이곳엔 젊음의 열정이 가득하다. 중년세대들이 ‘물장구치고 개구리잡던’ 어린시절의 추억, 롤러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고 놀던 여의도광장의 싱그러운 열기가 세련된 운동시설과 함께 ‘업그레이드’돼 이곳에 자리를 튼 것이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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