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반도체주 추락 심상찮다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9시 02분


미국시장에서의 반도체 폭락양상이 심상치않다. 외국계 애널리스트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반도체 관련주들의 투자의견을 잇달아 하향조정하는 등 ‘반도체 체감지수’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폭락세를 멍하니 지켜보는 펀드매니저들은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서슴치않는다.

▽반도체 경기 꺾였나〓10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인텔사의 주가가 각각 7.4%,3.8%씩 하락했다. 반도체 주식의 급락은 살로몬 스미스바니와 리만브라더스가 반도체업체인 자이린크스와 알테라사에 대해 ‘향후 매출부진’을 이유로 투자등급을 하향조정한 때문.

지난 7월 이후 표면화된 반도체 경기 정점 논쟁은 하반기 PC수요가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기둔화’에 비중이 실리는 분위기.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우동제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전혀 예상치않았던 반도체 수요가 둔화기미를 보이면서 반도체주식에 패닉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계 PC수요의 38%를 차지하는 미국시장은 지난달 처음으로 데스크탑 PC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여 4.4분기 PC수요 전망을 암울하게 한 것.

▽삼성전자의 끝없는 추락〓삼성전자는 11일 미국 반도체주식의 급락 여파로 무려 12% 이상 급락,연중최저치인 16만10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작년 7월27일 이후 14개월여만에 처음으로 16만원선으로 밀려났다. 7월13일 기록한 사상최고치(39만원)에 비해선 불과 3개월만에 58% 폭락한 것.

특히 골드만삭스는 지난 10일 “앞으로 6개월 또는 1년동안 D램부문 업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종전 ‘매수’에서 한단계 아래인 ‘시장평균(마켓퍼폼)’으로 하향조정,주가폭락을 부채질했다.

삼성전자의 추락에 대해 대부분의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비이성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성장률 둔화요인은 있지만 영업상으로는 아직도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 ING베어링의 경우 “유로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유럽지역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었다”며 종전의 ‘비중확대’ 투자의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오히려 삼성전자의 주가급락의 원인을 수급 등 국내적인 요인에서 찾고 있다.

LG투자증권 구희진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형편없는 가격으로 투매하더라도,이를 받아줄만한 세력이 국내엔 없다”며 “삼성전자는 과매도상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수급불안(외국인 매도세 지속)과 반도체 경기둔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삼성전자가 상승반전의 모멘텀(계기)를 상실하고 있다는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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