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메릴린치보고서 "美반도체 4분기 불안"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15분


미국증시가 이번 주부터 올 3·4분기(6∼9월) 기업실적이 집중발표되는 ‘어닝 시즌(earnings season)’에 들어갔다. 당분간 미국 기업의 실적에 따라 국내 동종기업들의 주가까지 출렁이는 현상이 잇달아 나타날 전망.

어닝 시즌에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있는 업종은 반도체. 기술주 중에서 펀더멘털이 가장 튼튼해 세계증시 반등의 선봉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이미 올 6∼8월 실적을 발표했으며 인텔은 10월 17일,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10월 18일 3·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3·4분기 양호, 4·4분기 불안’의 양상을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 한 반도체업종 애널리스트는 D램 경기순환에 대한 새로운 분석틀을 제시, 관심을 끌고 있다.

▽(단기전망)4·4분기도 불안하다〓메릴린치는 미국 25개 반도체기업들의 3·4분기 총수입증가율이 32%로 2·4분기 30%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4·4분기에는 낙관할 수 없다고 봤다. 반도체 최종수요처인 개인용컴퓨터(PC), 무선통신, 유선통신 등 세 부문중 PC와 무선통신 등 2개 부문이 수요 위축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4·4분기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메릴린치는 10월말 이후 PC제조업체들의 반도체 계절수요 증가세를 들었다. 예년의 경우 10월말부터 크리스마스 및 연말 성수기에 대비한 중소형PC 제조업체들의 재고 확보전이 시작된다. 개학 성수기도 그냥 지나온 마당에 이번 연말 성수기도 놓친다면 반도체 경기가 꺾였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투자전략과 관련해서는 반도체업종지수가 전고점에서 30%이상 떨어진 지금은 팔기보다는 반등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장기전망)정점은 아직 멀었다〓세종증권 임홍빈차장은 9일 낸 보고서에서 “과거 D램산업의 주기를 근거로 할 때 이번 D램 경기의 정점은 2001년말 이후에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D램시장 성장률이 주춤하고 있는 것은 과거에도 나타난 현상이고 경기정점 통과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것. 그에 따르면 PC산업이 성장기로 들어간 80년대초 이후 3번 있었던 D램 경기순환에서 정점에 도달하기 1년 전에 성장률 둔화 현상이 매번 발생했다. 경기순환 초기에 성장률이 워낙 높다 보니 일정기간 후에는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갑자기 낮아지는 것이다.

임차장은 이번의 D램 경기순환은 상승 및 하강이 서서히 진행하고 성장률, D램가격 등의 정점이 서로 다른 시점에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기투자자라면 D램 경기와 다른 반도체품목들의 경기를 가려보는 것은 물론 당장의 D램 현물가격 동향보다는 D램시장 장기수급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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