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개미들 곳곳서 "심봤다"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14분


‘더도 덜도 말고 요즘만 같아라.’

개인투자자 A모씨는 지난달 22일 이후 주가가 반등하면서 2주일만에 평균 수익률 100%를 달성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그가 투자한 코스닥종목에선 200% 이상의 시세차익도 났다는 것. 물론 A씨는 종합지수 550선(코스닥지수 76선) 근처에서 뛰어든 신규투자자. 손실폭이 커 손절매 기회를 놓친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에겐 이번 반등장이 ‘그림의 떡’일 수 있다.

하지만 대세 상승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탄성’이 요즘 증권사 객장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달 22일이후 6일까지 거래소 상승률 상위종목의 투자주체별 매매동향을 보면 개인들의 매수규모가 압도적으로 많았음을 알수 있다(표). 코스닥시장에서도 상승률 60% 이상 종목은 대부분 ‘개미’들의 차지였다. 이 기간동안 주가가 무려 162% 폭등한 풍연을 비롯 장원엔지니어링 성도이엔지 삼일 코아텍 솔고바이오 테라 스페코 해룡실리콘 등 상승률 상위종목은 기관과 외국인들이 거의 ‘입질’을 하지 않는 종목들이다.

한마디로 개인들의 ‘손때가 탄’ 종목은 큰폭 상승하고,기관투자자들의 선호종목은 굼뜬 시세를 보였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종합지수가 상승하는 것보다 요즘처럼 박스권내에서 횡보하느게 차라리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수가 상승한다는 것은 기관 선호종목인 시가총액 상위종목(대형주)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으로,이때부턴 개인들이 선호하는 개별종목장이 펼쳐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기업 살생부가 횡행하는 상황이라면 재무구조 및 수익성이 좋은 우량종목을 매수하는게 상식이다. 하지만 지금 개인들은 그같은 우량주 대신 ‘단기 하락폭이 큰 저가주’를 매입,짭잘한 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분위기가 혼탁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세종하이테크에 연루된 펀드매니저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을 계기로 아예 작정하고(안심하고) ‘작전’하는 부류도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작전세력이 ‘물만난 것’같은 느낌이다. ‘주가만 오른다면 작전하는게 대수인가’하는 ‘간 큰 얘기’도 대놓고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9일 종합주가지수는 비교적 큰폭인 19포인트 하락,580선대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이런 약세장에서도 37개 종목이 상한가를 쳤으며,이중 5000원 이하인 절대저가주들이 21개에 달했다. 투기성향이 강한 일부 개인들이 ‘한 몫’ 단단히 잡는 모습을 어떻게 봐야할까.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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