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부산국제영화제]伊작품<아이리스>,그리말디감독 가족

  • 입력 2000년 10월 9일 19시 08분


부산영화제 초청객 중 가장 어린 손님은 지중해의 해맑은 미소를 지닌 섬소녀였다. 이탈리아 영화 ‘아이리스(Iris)’의 여주인공 마리아역의 아역배우 아란차 시칠리아 그리말디(8)는 가운데 이름 그대로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에서 왔다.

까만 귀밑머리가 귀여운 그녀는 영화속에선 낯선 사람들과 깜찍한 대화를 나누지만 기자의 질문에는 말없이 도리질치거나 엄마에게 귀엣말로 속삭일 정도로 부끄럼을 많이 탔다.

아란차의 아버지, 아우렐리오 그리말디는 ‘아이리스’의 감독이고 엄마, 안나 마리아 코리토레는 시나리오를 남편과 함께 썼다. 부모와 3남매 등 전가족 다섯명이 영화감독으로 활약하는 이란의 마흐말바프가 사람들에는 못미치지만 그리말디가도 만만치 않은 영화가족인 셈이다.

‘아이리스’는 시칠리아에 가까운 우스티카에 사는 7세 소녀 마리아가 어머니 생일선물로 점찍어둔 아이리스꽃 한다발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 섬을 일주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시칠리아인들의 질박한 삶을 그린 영화. 언뜻 이란영화 ‘하얀 풍선’을 떠올리게 한다.

“아내와 둘이 파리에서 ‘하얀 풍선’을 보고 영감을 얻었습니다. 유럽영화 주인공은 브루주아나 지식인 같은 상류층 아니면 창녀나 범죄자 같은 비정상적인 인물 등 양갈래로 나뉩니다. 소박한 서민을 통해 부르조아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가족간 공동작업으로 유대감을 얻고싶었지요.”

교사출신으로 여러편의 소설과 8편의 영화를 감독한 아버지 아우렐리오는 이번 작업이 뿌듯한 듯했다. 하지만 아내와 딸의 생각은 달랐다.

수학교사인 코리토레는 “영화작업은 너무 시간을 빼앗는다”고 불평했고 아란차는 똑같은 연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 것이 피곤하고 싫어 커서 연기는 질색이라며 도리질치기 바빴다.

하지만 그리말디가의 부모는 “촬영도중 한번도 ‘싫다’고 말하지 않은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아란차는 ‘아이리스’로 다음달 열리는 프랑스 몽펠리에영화제 5명의 여우주연상 후보중 하나로 선정됐다.

<부산〓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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