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캘린더]율 브린너, 조안 쿠삭 그리고 브라이언 드팔마

  • 입력 2000년 10월 9일 18시 40분


◆10월 10일(화)

율 브린너 사망(85)

빡빡 대머리도 멋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배우, 율 브린너. 바리톤 음성과 강렬한 눈빛, 힘찬 걸음걸이는 그의 카리스마를 뒷받침해주는 훌륭한 소도구였다.

그가 1995년 바로 오늘 암으로 사망했다. 흡연으로 인한 암 투병 중 스스로 광고 출연을 자청한 그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으니 여러분께 무언가를 말할 광고를 찍고 싶었다."며 "담배 피우지 마세요! 당신이 무엇을 하던 피우지 마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금연에 대한 경고 문구를 남기는 그의 심정과 고통은, 광고 속의 그의 표정에서 그대로 묻어나있다.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왕과 나'는 1956년 월터 랭이 감독한 작품. 이 영화로 율 브린너는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1860년대 영국에서 미지의 왕국 샴(태국)으로 건너온 안나 레오노웨스(데보라 카)와 샴 왕국의 우두머리(율 브린너)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1956년 아카데미 남우주연, 미술, 주제가, 녹음, 음악상 등을 휩쓸기도 했다. 특히 안나와 왕이 춤출 때 나오는 "Shall We Dance", 라스트 신의 "Something Wonderful" 등의 음악은 압권이었다.

우아한 모습을 뽐내던 데보라 카와 어색하면서 다소 우스꽝스럽게 왈츠를 추는 율 브린너의 모습은 댄스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이 영화는 얼마 전 <애나 앤드 킹>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됐는데 주윤발과 조디 포스터가 커플로 캐스팅돼 화제가 됐다.

율 브린너 생전의 작품으로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솔로몬과 시바> <십계 > <태양의 왕> <대장 부리바> 등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한두 편을 제외하고 모두 왕이나 족장의 역할을 맡은 것이다. 트레이드 마크인 대머리가 왕의 이미지에 어울린 모양이다.

◆10월 11일(수)

조안 쿠삭 탄생(62)

할리우드 배우 중 비슷한 철자와 발음으로 유난히 혼동을 주는 이름이 있다. 존 쿠삭과 조안 쿠삭이 그렇다. 조안 쿠삭이 존 쿠삭의 누이라는 사실을 알면 그리 헤멜 일은 없겠지만 .

<인 앤 아웃>이라는 영화로 98년 오스카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여배우 조안 쿠삭은 연예인 집안에서 1962년 10월11일에 태어났다.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 '나의 보디가드'로 영화계에 데뷔한 조안 쿠삭은 베리 소넨 필드 감독의 <아담스 패밀리 2>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주목을 받기 시작해 <인 앤 아웃>에서 주목받았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3년 동안 한 남자만 바라보고 있다가 그 남자가 결혼식장에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혀 낭패를 겪는 역을 실감나게 연기해 98년 오스카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조안 쿠삭은 <워킹걸> <미스터 러버> <런어웨이 브라이드> 등에 출연했다.

◆10월 11일(수)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결혼(95)

히치콕의 대를 잇는 숭배자, 히치콕의 후계자, 미스테리 스릴러의 거장이라는 닉네임을 지니고 있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결혼한 날이다. 히치콕에 대한 광적인 경외감 탓에 매너리즘에 빠진 모방의 천재, 패러디의 귀재, 히치콕의 서자라는 비판도 받는 그는 할리우드 주류에서 tm릴러물을 고집하au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감독으로 통한다.

1940년 미국 뉴저지 출생으로 콜럼비아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한 그는 1973년 히치콕의 <현기증>을 모태로 한 영화 <시스터즈>로 데뷔해 일약 공포 영화의 귀재로 주목받게 된다.

이어 발표한 <캐리> <드레스 투 킬>은 폭력, 살인, 섹스 등을 모티브로 하여 인간 내면의 악마성, 인격의 다중적인 실체 등을 보여줬다. 흥행에 성공한 이 영화로 브라이언 감독은 히치콕 이후 저예산 비주류에 머물렀던 호러 영화의 장르를 이미지 업 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된다.

<필사의 추적> <언터처블> 등의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하고, <침실의 표적> <허영의 불꽃>은 비평가의 비웃음을 샀으며 96년 <미션 임파서블>로 그는 화려하게 정상에 올라 선다. 그러나 <미션 임파서블>에서 에로티시즘이나 피 흘림 같은 그만의 영화적 색채를 찾아보기란 어려웠다. 7천만달러 짜리 예산의 영화에서 만큼은 스타일을 한 수 양보한 모양이다.

새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미국 영화등급위원회와 등급문제로 충돌을 일으키는 트레블 메이커, 브라이언 드팔마. 그는 그래도 나름의 스타일을 지키는 많지 않은 감독 중 하나다.

정해연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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