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백두산 나무바다-천지연봉에 마냥 감탄

입력 2000-10-01 17:44수정 2009-09-22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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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마고원에서 본 백두산
남북한 교차 관광의 첫 시도로 남측 관광단 110명이 9월22∼28일 북한을 방문해 백두산 개마고원 묘향산 평양을 두루 여행하고 돌아왔다. 관광단의 일원이었던 동아일보 문화부 조성하기자의 북한 관광기를 싣는다. <편집자>

백두산 천지연봉이 멀리 바라 보이는 해발 1400m의 개마고원(북측에서는 백두고원이라 부름). 지평선이 보이도록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고원을 뒤덮은 것은 숲이 바다처럼 펼쳐진 백두산의 천리수해(千里樹海).

원시림 한가운데를 뚫어 닦은 흙길을 달리는 버스에 앉아있다 보면 이 아름다운 숲과 거대한 고원에 취한 느낌이 든다. 캐나다 로키산맥의 암봉을 오르며,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의 세콰이어소나무 숲을 걸으며 핀란드의 밀집한 수림 한가운데를 지나며 부러워 하던 그 광대한 숲과 자연이 바로 눈앞에서, 내 땅에서 펼쳐지다니….

개마고원에는 빽빽한 숲의 나무를 잘라 내고 겨우 낸 1차로폭의 도로가 있을 뿐이다. 삼지연비행장도, 마을(양강도 삼지연군 대홍단군 보천군)도, 소백수초대소도 모두 숲속에 있다. 직선의 도로 끝으로 하얗게 눈으로 덮인 백두산이 보인다. 숲의 나무는 거의 이깔나무(낙엽송)다. 군데군데 가문비나무 측백나무 자작나무도 눈에 띈다. 지금 고원은 가을빛이 완연하다. 초록색 이깔나무 바늘잎은 매일 아침 고원에 내리는 무서리에 날이 갈수록 노릇노릇하게 변하고 있다.

▲끝없는 숲길: 잎을 간다해서 이깔나무라 이름 붙여진 낙엽송은 천지연봉 아래 개마고원의 너른 벌판을 온통 뒤덮고 있다. 백두산 관광의 즐거움 중 하나는 바다처럼 넓은 속을 몇시간이고 자동차로 달리는 것이다.

부는 바람에 이깔나무 바늘잎이 비되어 날린다. 노란 이깔나무의 낙엽비를 맞으며 소백수초대소의 주방일꾼들이 정성스레 싸 준 도시락을 먹으며 쳐다본 백두산. 근엄한 아버지처럼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도착(9월22일) 일주일쯤 전 내린 1m이상의 눈으로 벌써 ‘백두’로 변해 있었다.

북위 42도의 고원에 깃들인 가을은 개마고원의 북단인 대홍단에서 가장 완연했다. 한낮 기온이 23도를 오르내리는 평양과 달리 매일 아침 서릿발이 성성할 정도로 추운 이곳. 숲 대신 거대한 감자밭이 자리잡은 대홍단군의 포태협동농장을 찾았다. 달고 맛있기로 북한 최고라는 대홍단 감자의 원산지다. 주민들은 두툼한 옷차림으로 아침 일찍 감자밭에 나와 콤바인처럼 생긴 기계로 감자를 수확했다. 전날 오후 수확했으나 미처 싣지 못해 밤새 얼까봐 흙무더기에 파묻어둔 감자를 꺼내던 주민에게 “좀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농장 전체의 수확이기 때문이란다. 경계의 빛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남측 사람을 맞는 얼굴만은 밝았다. 압록강과 너머 중국땅이 된 고원이 내려다 보이는 곤장덕 산위에서 맛본 대홍단 감자는 달고 팍팍한 것이 이름날 만했다.

▲천지가를 뒤덮었던 노란만병초의 줄기를 가리키는 항일유격대원 복장의 안내강사

관광단이 머문 소백수초대소는 백두산지역의 유일한 영빈관급 숙소다. 35만평의 거대한 숲 한가운데 소백수(소백산 계곡의 물)를 끌어 들여 조성한 인공연못 주변으로 건평 150평 규모의 숙박동(방 4개와 거실 부엌) 20여개가 띄엄띄엄 자리잡고 있다. 건물 지붕을 주변의 나무 보다 절대로 높지 않게 짓는 환경친화성 설계가 돋보인다. 삼지연공항에서 숲길로 20분, 백두산 천지까지는 1시간40분 거리에 있다. 40명의 주방일꾼이 매일 식사를 준비해 주고 각 숙소동에는 20대 여성관리원이 배치돼 있었다. 연못가 숲속에서 이깔나무 ‘낙엽비’를 맞아 가며 벌였던 바비큐점심 파티는 일정 중 가장 인상적인 식사였다.

백두산 관광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개발된 주변 관광지의 대부분이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 ‘혁명유적지’며 유적지가 아니더라도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련된 내용이 안내원에 의해 반드시 덧붙여진다는 점이다. 이번에 다녀온 곳도 백두산밀영(김일성유격대의 사령부)과 김위원장의 생가, 유격대가 묵고 갔다는 숲속의 숙영지 등이었다. 김위원장의 생가 등 몇몇 곳은 아직 남측에서 사실여부에 대해 이론이 제기되는 곳이나 1937년 동아일보 호외를 통해 보도된 보천보전투(항일유격군의 일본경찰서 주재소 공격사건) 현장 같이 남측이 인정하는 곳도 있었다. 여행단은 군인 학생 등이 답사대를 조직해 깃발을 앞세우고 15일 일정으로 일대 유적지를 하나하나 찾아 다니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얼지않는 이명수폭포

이밖에도 바위 한 가운데서 물이 솟아나 폭포를 이루는 특이한 지형의 이명수(양강도), 평양시내와 평양에서 고속도로로 2시간 거리의 묘향산도 둘러 보았다. 묘향산에서는 인쇄된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보현사를 찾아 남북 승려가 함께 탑돌이를 했고 김주석과 김위원장이 받은 선물만 모아서 전시해 놓은 거대한 ‘국제친선전람관’도 둘러봤다. 향산호텔에서는 일본 중국과 스위스 등 유럽의 관광객도 볼 수 있었다. 평양에서는 단군릉에 들르고 주체사상탑에 올라 평양시내도 둘러 보았다. 옥류관 냉면도 맛보았다.

조성하<문화부 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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