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보의 옛날신문읽기] 힘내라! 홍석천!

  • 입력 2000년 9월 30일 10시 47분


< “사실…남자가 좋습니다.”탤런트 홍석천(29)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중략)

홍석천은 그 동안 여성적인 몸짓과 말투로 의혹의 눈길을 받아온 것이 사실. 그러나 이를 공개적으로 질문하거나 추궁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금기였고 서로 화제 삼지 않는 것도 불문율이었다.(하략) >

바로 얼마 전 한 스포츠신문에 1면 머리로 실렸던 기사입니다.

이 기사를 읽고 낡은 신문 스크랩을 뒤져 다음의 기사들을 찾아냈습니다. 앞의 것은 AP통신 기사를 받아 게재한 66년 8월4일자 국내 신문기사, 뒤의 것은 88년 11월4일자 신문기사입니다. (두 기사 모두 어느 신문의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2일 사누아시 대광장에서는 6천명의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60세의 시청직원인 엘오사미라는 노인이 동성연애를 했다는 죄로 처형되었다.

이슬람 율법에는 동성연애를 한 자는 시내의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죽이도록 되어있는데, 이슬람 법정은 그대신 엘오사미에게 단두형을 내렸다는 것. 하지만 시간이 돼도 집행리가 나타나지 않아 이슬람교의 판관은 20분이나 기다린 끝에 총살에 동의하겠냐고 죄인에게 물어본 다음 엘오사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경찰관 한 사람이 8연발 리볼버 권총을 그의 머리에 대고 쏘아 사형을 집행했다고.>

<공연윤리위원회(위원장 곽종원)는 3일 사회전반의 민주자율화 추세에 따라 자유정신을 기본으로 하는 운영 개선안을 마련,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중략)

또한 공윤은 종전 포괄적인 성묘사 규제를「근친상간을 묘사한 것」「강간장면의 성행위를 길게 묘사한 것」「색정도착, 호모섹스, 레즈비언, 변태성욕을 긍정, 노골적으로 묘사한 것」「성기의 노출이나 남녀의 성기 애무를 묘사한 것」 등의 항목을 신설, 철저히 단속할 방침이다.(하략) >

스포츠신문 기사의 제목은 `호모 운운'이었습니다.(게이라는 말 대신 호모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흑인 대신 검둥이, 사회주의자 대신 빨갱이, 연예인 대신 딴따라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대상에 대한 멸시 행위지요.)

불쌍한 아랍 노인의 처형 장면은 야만적이기 짝이 없군요. 공윤이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은 강간 혹은 근친상간의 동일선상에 있습니다.

캐빈 제닝스가 지은 `역사속의 성적 소수자'라는 책에는 동성애자에 대한 역사 속의 폭력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나치 파시스트들은 동성애자들을 `독일을 잠식시키는 부패한 무리들'로 보았습니다. 나치는 마침내 1928년 다음의 성명을 발표합니다.

<우리는 우리나라를 좀먹는 어떤 것이라도 거부하기 때문에 당신들, 동성애자들을 거부한다. 동성애를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우리의 적이다. 우리는 우리 국민을 나약하게 만들고 적들에게 놀림감이 되게 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거부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과 현실은 투쟁이며, 따라서 남자들이 서로 껴안는 것이 미친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역사는 동성애와는 정반대로 가르친다. 힘은 정당함을 만든다. 강한 자가 항상 약한 자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법이다. 우리가 다시 한 번 강해지기 위해서 준비하자! 그러나 이것은 단지 한가지 방법으로만 달성할 수 있다. 독일 국민은 단련하는 법을 다시 한 번 배워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특히 동성애와 같은 모든 음란한 행태를 거부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현재 우리 국민을 억압하는 노예 상태로부터 우리 국민을 해방시킬 마지막 기회를 우리에게서 앗아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치는 동성애자들를 대량으로 살육하고 도륙하지요. 그들이 국가를 좀먹는다는 얼토당토 않은 누명을 씌워서.

`빨갱이 사냥꾼' 조셉 매카시는 동시에 동성애자 사냥꾼이기도 했습니다.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을 사냥하던 매카시 일당은 50년대에 접어들면서 동성애들에 대해서도 `국가안위를 위협하는 존재들'이라는 누명을 씌웠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이러했습니다.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정부가 그 같이 높은 정부의 위치에서, 그들의 나라에 반대하고 있는 파괴분자들과 반역자들을 그렇게 철저하게 덮어주고 보호해 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도 실제 공산주의자들만큼 위험한 사람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정부에 침투해 있는 성도착자들일 것이다.>

그리고 매카시와 그의 동료들은 수많은 동성애자들을 직장에서 쫓아냅니다. 동성애자들은 매국노라는 터무니 없는 누명을 씌워서.

홍석천씨, 용기를 갖고 당당하게 사세요. 이 말을 하고싶었습니다.

늘보<문화평론가>letitb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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