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nology]"이젠 시청자가 곧 연출자"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53분


50년 동안 텔레비전은 시청자들이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기만 하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쌍방향 텔레비전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시스템들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이 리모컨을 이용해 마치 프로그램 연출자처럼 화면에 나타나는 장면들을 결정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케이블TV 방송국들과 위성 방송국들은 올해 안에 쌍방향 시스템의 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수천만가구가 쌍방향 텔레비전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텔레비전 컨설팅 회사인 마이어스 리포트의 잭 마이어스 대표이사는 “쌍방향 텔레비전은 인터넷이나 케이블TV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쌍방향 텔레비전은 수십 년 동안 세계 박람회가 열릴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품목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요즘 등장하고 있는 쌍방향 시스템들은 보다 현실적인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신판 쌍방향 텔레비전은 인터넷의 모든 기능을 TV 스크린에 쑤셔 넣으려고 애쓰는 대신 텔레비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화면 위에 문서로 된 정보를 겹치는 방식으로 기존의 프로그램을 변경하거나, 방금 전에 보았던 장면을 다시 돌려볼 수 있게 해주는 기능들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아메리카 온라인이 휴가철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AOL TV 서비스 같은 시스템은 사람들이 TV를 보면서 동시에 자신이 보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 TV 화면을 나누어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그 프로그램에 대한 대화방에 접속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TV 방송국들과 기업들이 이러한 쌍방향 텔레비전을 개발하는 데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TV를 보면서 여러 가지 정보에 좀더 빨리 접근하고 싶어하기 때문이 아니다. 기업들은 리모컨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손가락이 곧 피자와 스포츠 기념품, 유료 영화 같은 상품들을 TV로 주문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돈을 투자하고 있다.

여러 가지 쌍방향 광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TV 가이드 젬스타의 헨리 유안 사장은 “텔레비전은 감정적”이라면서 “아름다운 석양 속으로 유람선이 미끄러지는 장면을 보며 사람들은 감동을 받는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다음 광고가 시작되기 전에 버튼을 눌러 그 유람선에 예약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쌍방향 텔레비전은 또한 스포츠 경기나 퀴즈 프로그램을 보면서 관련 데이터를 꺼내 보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나 시트콤을 보면서 쌍방향 텔레비전 기능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NBC는 수사극인 ‘살인’의 제작자들과 힘을 합쳐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추가로 단서를 제공하고, 심지어 드라마의 부차적인 줄거리까지 제공하는 정교한 쌍방향 시스템을 만든 바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케이블TV 방송국이 고객의 주문을 받아 고객 각자가 원하는 시간에 영화를 방영해주는 시스템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람은 VTR를 사용할 때처럼 화면을 멈추거나, 뒤로 돌릴 수 있으며 시간 제한은 24시간이다.

(http://www.nytimes.com/2000/09/20/technology/20HANSELL.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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