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야구]박한이의 씁쓸한 '시드니 3박4일'

  • 입력 2000년 9월 15일 18시 54분


“네가 이해해라. 빨리 잊어 버리고 돌아가서 또 열심히 뛰어야지.”

“….”

14일 한국선수단 선수촌 ‘돌고래마을’.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한국야구대표팀의 한대화 인스트럭터(동국대감독)는 박한이(23·동국대·사진)의 등을 두드려준 뒤 두 손을 꼭 잡았다. 벌써 몇 년째 스승과 제자로 서로 아끼는 사이지만 이날만큼은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아마야구의 간판 타자인 박한이는 12일 무릎 부상으로 뒤늦게 팀에 합류하게 된 이승엽(삼성)과 함께 시드니행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올림픽 무대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다. 연습경기에서 송지만(한화)이 오른쪽 발목 골절로 출전이 불가능해지는 바람에 또 한 명의 예비 엔트리인 SK 이승호와 함께 선수단의 ‘긴급 호출’을 받은 것. 이때까지 태극마크의 가능성은 박한이와 이승호 둘 중의 하나로 확률 50%. 하지만 확률은 곧 67%로 높아졌다. 같은 비행기로 시드니에 온 이승엽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 이제 박한이와 이승호, 이승엽 3명 중에 2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

고민에 빠진 김응룡감독은 14일 호주와의 연습 경기가 끝난 뒤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어 이승엽의 잔류를 결정했다. 나머지 빈자리도 투수 이승호로 결정했다. 결국 박한이는 한 경기에 출전도 못해 보고 ‘사흘간의 시드니 여행’ 끝에 15일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제자를 빈손으로 떠나 보낸 한대화 인스트럭터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시드니〓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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