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14일 스페인전…강철 긴급 투입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39분


‘수비 대들보’ 홍명보가 빠지면서 한국올림픽축구팀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는 강철이었다.

올림픽팀과 발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 데다 1차전 결장이 불가피한 박진섭의 오른쪽 윙백 자리는 물론 중앙 수비까지 여차하면 투입될 수 있는 최적임자로 평가받아 마지막까지 와일드카드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국내에 홍명보를 대체할 만한 스위퍼 요원이 없다는 점도 강철의 발탁에 결정적이었다.

14일 물러설 수 없는 스페인과의 1차전을 앞두고 13일 오전 애들레이드에 도착한 강철은 오후 훈련에서 그나마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 코칭스태프를 안심시켰다. 국내에서 잇달아 프로 경기를 치러 피로감이 남아있지만 10일 회복훈련, 11일 하루 휴식을 취한 데다 애들레이드와 한국의 시차가 30분밖에 안 된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그러나 수비라인의 ‘구조조정’으로 한국팀 전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 그간 왼쪽부터 박재홍―박동혁―심재원으로 이어지는 올림픽축구팀 수비라인은 힘과 스피드는 넘치나 정교한 패싱력과 경기 전체를 읽는 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마지막에 홍명보가 투입되면서 이런 약점을 상당 부분 보완했으나 결국 불발로 그치고 말았다.

공격위주의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스페인은 미드필드에서의 압박이 강하고 오픈패스를 통한 양 사이드 공간 활용이 뛰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명문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오른쪽 풀백 푸욜(22)과 같은 팀 소속의 와일드카드인 플레이메이커 사비(32), 이탈리아 AC밀란 소속의 스트라이커 호세 마리(25)의 공격력은 흠잡을 데 없다는 평가.

과연 어떻게 맞설까. 허정무 감독은 13일 ‘강한 수비에 이은 역습’으로 단 한번의 찬스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렇다고 수비 위주의 축구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되 빠른 공수 전환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

오른쪽 윙백으로 나설 강철은 노련미를 바탕으로 저돌적인 스페인의 측면 공격을 저지하는 한편 뛰어난 오버래핑으로 한국팀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강철의 힘이 빠지면 후반에는 박지성이 투입될 전망. 김상식은 당초 구상과 달리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가 상대 플레이메이커 사비를 전담 마크할 예정이다.

공격에서는 초반 김도훈과 투톱을 이루는 이천수의 재치와 플레이메이커 고종수의 배짱에 승부를 걸 작정이다. 고종수를 축으로 빠른 패스에 이은 방향전환, 이천수의 한 발 빠른 상대 골문 침투로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것. 단 고종수의 컨디션이 100%가 아니어서 후반에는 고종수를 빼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이동국을 스트라이커로, 이천수를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신문선 MBC해설위원은 “결국 믿을 건 겁없는 젊은 피”라며 “선수들이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면 뜻밖의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애들레이드〓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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