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전문가 4인의 '하락장 투자조언'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39분


주식시장이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한채 침체국면을 계속 이어가자 상당수 투자자들은 아예 의욕을 잃고 자포자기한 모습이다. 그러나 지진이 휩쓸고간 갈라진 절벽에서도 꽃은 피어나듯 현재와같은 시장에서도 ‘제대로만 하면’ 길은 있다는 것이 산전수전을 겪은 고참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정의석 신한증권 리센터센터 부장 = 대세는 망가졌다. 삼성전자가 무너진 지금, 대세하락 여부보다 대세의 바닥을 얘기해야 되는 종목이 더 많다.

상승장에서는 잘못 샀더라도 조금은 먹는다. 대세하락장에선 잘못 사면 한번에 모든 것을 잃는다. 하지만 하락장에서도 6월반등장처럼 서너달에 한번꼴로 장이 선다. 기회다. 장기투자는 절대 삼가고 날렵하게 들어갔다가 장이 무너지기 전에 털고 나오는 게 좋다.

손절매가 생명이다. 본전되기를 기다리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연초대비 80∼90% 하락한 종목은 앞으로 400∼1000%가 올라야 본전이 된다. 자본금이 10∼20배 커지고 액면분할까지 됐는데 가까운 시일내으 본전회복이 가능한 얘기인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심리적 고통과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이미 발생한 손실은 확정시켜라. 이제 와서 손절매를 하라는 건 아니다. 다만 장부단가를 낮추자. 10만원짜리가 2만원이 됐다면 그걸 2만원에 팔고 다시 2만원에 사면 어떻겠는가.수수료만 낭비하는 자전거래지만 손실이 확정되고 심리가 안정된다. 고통에서 훌훌 벗어나 새출발하자.

◆김경신 대유리젠트증권 이사 =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다. 보름달만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신을 돌이켜보고 시야도 넓혀보자.‘내가 투자를 해왔는지, 단기매매에 치중했는지’를 스스로 진단해본다.

거시적인 얘기도 한번쯤 정리하고 넘어가자. 경기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점검해보고 경기정점 논쟁도 찾아 읽어보자. 유가 상승세가 각 업종 및 종목에 미치는 영향도 따져보자. 장세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이런 거시적인 문제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매도타이밍을 놓쳐 손실률이 50%이상 되는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손절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게 좋다. 참 힘든 게 손절매다. 14일 이후 장세도 예측하기 힘들어 지금 이래라 저래라 얘기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손절매를 하는,또는 하지 않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납득시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강 회 동부투자신탁 사장 = 경기나 자금시장 걱정을 많이들 한다. 허나 그중 상당부분은 막연한 우려다. 정 불안하면 시장에서 떠나 있는 것이 마음 편하고 이왕 시장에 남겠다면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600∼650은 별로 부담없는 가격대다.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면 89년 이후 650∼1000이었다. 최고치 대비 40% 떨어진 지금은 한번 해볼 만한 때다.

간접투자자들은 채권형상품 이외에 주식형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증시가 반등하고 금리의 하향안정 기조가 이어져 조만간 간접투자수익률이 채권금리를 능가하게 될 전망이다.

직접투자자들은 작전주나 이상한 코스닥 종목을 피해야 한다. 이런데서 한번 삐끗하면 회복할 길이 없다. 특히 코스닥 투자자는 가입자수 등 외형지표보다는 사업모델을 제대로 갖추고 이익을 내고 있는지 여부를 종목선택 기준으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사업성 없는 종목이라면 본전 생각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손절매를 하라. 사업성이 좋은 종목은 아직도 큰 수익률을 낼 만한 여지가 있다.

◆이충식 SK증권 상무 = 올해 증시는 수급여건이 펀더멘털을 압도한 장이다. 지나칠 정도이지만 현실은 현실. 증시 분위기가 달라지려면 어쨌건 증시로 돈이 들어와야 한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으나 순기능을 발휘하기까지는 의외로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약세장에서 손실을 조금이라도 만회하려면 흐름을 잘 읽고 타이밍을 잘 잡아 움직여야 한다. 요즘 금리는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는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추세상 금리 관련 상품보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여유돈을 비과세상품에 한도껏 넣은 뒤 남는 돈은 추석 이후 자금시장 안정대책 등 증시 주변여건을 면밀히 살펴보고 타이밍을 잡아 주식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 코스닥에서 깨진 투자자들에겐 이제부터라도 원칙에 충실하라는 것 말곤 할 말이 없다. 닷컴이든 벤처든 전통가치주든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업종대표주를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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