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인터뷰]김동률, "이젠 마이너리그로 가겠다!"

  • 입력 2000년 9월 1일 11시 57분


12호 태풍 '프라피룬'의 영향으로 강풍과 폭우가 쏟아지던 8월3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솔로 2집 '희망'을 발표한 김동률(27)을 만났다.

'희망'은 각종 음반 판매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상종가를 기록중이지만 그의 표정은 희망적이지 않았다. 지쳐보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했다. 고급스런 멜로디를 구사하는 '김동률 표 발라드'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가 왜 시무룩해져 있는지 궁금해졌다.

▲'희망'은 93년 대학 가요제에서 재즈풍 발라드곡 '꿈속에서'로 대상을 차지했고 가요계에 데뷔한 뒤 6번째 앨범이다. 42인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 음악의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

- 욕심을 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험해보고 싶었다. 지난 3개월 동안 미국 보스턴과 뉴욕, 영국 런던을 오가며 녹음작업을 했는데 학업(버클리대 영화음악 전공)과 병행하느라 힘들었다. 아마 내 평생에 이렇게 큰 음악으로 음반을 꾸미는 것은 마지막일 듯 싶다.

▲이번 음반의 타이틀이 '희망'인데 무슨 의미를 갖고 있나.

- 한마디로 '절망의 반어적 표현'이다. 이번 음반은 전체적으로 '사랑과 이별'을 소재로 하고 있다. 헤어진 뒤의 극도의 상실, 그것은 절망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계속 아픔의 공간에 머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고통 뒤에는 기쁨도 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희망'이라고 지었다.

▲1년8개월만의 가요계 복귀다. 돌아와 활동해 본 소감은.

- 당혹스러웠다. 하루 5~7개에 이르는 방송 스케줄에 녹초가 됐다. 음악만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설자리가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이제는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싶다.

▲마이너 뮤지션이라 함은 영화 음악가로의 변신을 뜻하나.

- 엔리오 모리코네나 사카모토 류이치 같은 영화 음악가로 자리잡는 게 나의 최종목표다. 몇 군데 영화사에서 제안을 받긴 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거절했다. 서두르지 않고 착실하게 공부하고 연습해 나가겠다. 이번 앨범에 수록한 동양적인 감성이 담긴 연주곡 '윤회'는 영화 음악을 시작하는 첫 포트 폴리오 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만약 당신이 음악을 맡는다면 어떤 영화가 어울릴까.

- '시네마 천국'에 흐르는 엔리오 모리코네의 수려한 선율에 매료됐다. 만약 내가 영화 음악을 한다면?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영화처럼 은은한 화면과 어울리는 사운드를 만들고 싶다.

▲미국 생활은 어떤가.

- 너무 좋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하루 종일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있고 사고방식도 수시로 바뀐다. 나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오직 돈과 명예를 향해 달려가지만 여기서는 모든 욕심을 버리게 된다.

식사는 주로 사먹는 편이고 가끔 집에서 미역국이나 김치찌개를 끓여먹는다. 한국 사람들은 잘 만나지 않는 편이고 미국 문화를 많이 경험하려고 노력한다. 아직 의사소통이 완전치는 않아도 학업에는 지장이 없다. 지난 학기에는 전과목 A를 받았다.(웃음) 3년 정도면 졸업을 할 수 있지만 오래도록 이곳에서 살고 싶다.

▲그래도 타향인데 외롭지는 않은가.

-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다. 학교 다니고 틈틈이 음악을 만들다 보면 하루가 금새 지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은 가수에서 영화 음악인으로 가는 접점에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새'와 '취중진담'이 수록된 '전람회' 2집이 마음에 드는데 당신 스스로 베스트와 워스트 앨범을 선택한다면.

- 솔로 1집이 최고였다. 이 앨범에 수록한 '그림자'와 '동반자'는 내가 할 수 있는 발라드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솔로 2집은 가장 아쉬움이 남는 음반이다. 노래 연습을 별로 못해 목소리도 마음에 들지 않고 녹음도 불안정하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언제까지 국내에 머물고 향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 일단 추석은 부모님과 보내고 16일 미국으로 떠난다. 아마 1~2년은 음반을 내지 않을 것이다. 나를 채우는 작업을 끝내고 영화 음악인 김동률로 거듭나고 싶다. 노래? 영화 주제가를 부르는 정도겠지.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 노래듣기
2년만에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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