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김태균 "태극마크가 보약"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44분


‘태극 마크’의 효험일까. 늦깎이로 시드니올림픽 드림팀에 합류한 삼성 김태균(29·사진)이 방망이로 연일 ‘대형 사고’를 치고 있다.

김태균은 유격수 중에서도 수비력에선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선수. 빠른 발은 아니지만 타고난 센스로 타구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한 박자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그의 손을 빠져나가는 공은 거의 없다.

문제는 타격. 빈약한 공격력 때문에 그는 항상 유지현(LG), 김민호(두산)는 물론이고 올 시즌 불방망이를 뿜어대는 박진만(현대) 등 유격수 중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돼온 것이 사실이다.

올 시즌 타율 0.244로 팀 내 주전 중 타율이 가장 낮은 김태균은 ‘팀을 망치는 지름길’인 병살타에 있어서는 한화 로마이어(18개)에 이어 15개로 끝에서 2등. 실책은 8개뿐으로 김민재(롯데·16개), 박진만(15개), 김민호(13개), 유지현(12개)에 비해 수비 안정감에선 월등히 앞서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이런 그가 달라졌다. 최근 7게임에서 타율 0.381의 강타자가 된 것.

왜일까?

이유는 난생 처음 달게 된 태극마크 때문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부산고 3학년 때 청소년대표를 지낸 것이 전부인 김태균은 17일 갑작스럽게 드림팀에 뽑혔다는 소식을 접했다.

15일 LG전에서 두산 김민호가 오른손 엄지손가락 골절상을 당해 대타로 뽑힌 것. 당초 예비 엔트리에도 없었던 탓에 그에게는 뜻밖의 일이었다.

이때부터 그는 달라졌다. 김태균의 문제점은 방망이를 들고 끊임없이 흔들어대는 것. 마치 대형슬러거들이 하는 버릇을 고치라고 수백번 지적을 받았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표선발 통보를 받은 다음날인 18일 LG전부터는 큰 스윙을 줄이고 갖다 맞히는 ‘똑딱타법’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4타수 2안타에 2타점.

28일 한화와의 연속경기 1차전에선 동점타와 역전 결승타를 모두 2루타로 만들어내며 팀이 3연패에서 벗어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18일부터 7경기에서 21타수 8안타로 타율이 무려 0.381. 8월 들어 대표통보 직전인 16일까지의 타율이 0.191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환골탈태라고 할 수 있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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