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日록그룹 '차게&아스카' 잠실공연

  • 입력 2000년 8월 27일 18시 31분


일본의 2인조 록그룹 ‘차게 & 아스카’의 내한공연이 26, 27일 저녁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로써 ‘차게 & 아스카’는 한국정부의 일본대중문화 3차 개방조치로 가능해진 2000석 이상 규모의 대형 공연장에서 일본어로 노래한 첫 일본가수로 기록됐다.

첫날 공연은 강한 빗줄기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열렸지만 일본가수의 첫 내한공연을 보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공연장에는 한국인과 일본인 관람객 6000여명이 모였다. 관람객 가운데는 일본인이 3000여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들 대부분은 이번 공연을 보기 위해 일본에서 날아온 열성 팬들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공연과 관련해 일본인5000여명이 입국한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관람객은 20∼30대가 주류를 이뤘으나 40∼50대 장년층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차게 & 아스카’가 노래할 때마다 함께 춤을 추거나 환호했다. 공연장에는 일본의 전통복장인 기모노 차림을 한 관람객도 눈에 띄어 대중문화 개방에 따른 일본문화의 한국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실감케 했다.

‘차게 & 아스카’는 이번 공연에서 ‘세이 예스’ ‘러브 송’ ‘온 유어 마크’, ‘야야 야’ 등 20여 히트곡을 불렀다. 5인조 백밴드 및 2인조 백코러스와 함께 무대에 오른 그들은 ‘J―Pop’의 대표주자답게 감미로운 록발라드를 비롯해 흥겨운 로큰롤 등으로 공연장을 달궜다.

미성의 차게(시바타 슈지)와 아스카(미야자키 시게아키)의 기교를 부리지 않는 투박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뤘다.

‘차게 & 아스카’는 “저희가 정말로 한국의 스테이지에 섰습니다. 저희는 행복에 가득차 있습니다”라고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감회를 밝혔다. 특히 아스카는 “여러분과 함께 과거사를 슬퍼하고 싶고 이제는 전후세대가 함께 한일간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수익금 전액이 한국여성기금에 기부되는 자선공연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입장권도 ‘뿌려진’ 면이 있어 일본가수에 대한 한국팬들의 반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공연은 몇가지 점에서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우선 일본측은 일본가수의 한국무대 첫 본격 진출이란 의미를 인식해 대규모 팬들이 현해탄을 건너와 ‘바람을 잡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일본말로 노래한 탓에 처음에는 잘모르는 듯 하던 한국인 젊은 관객들이 몇곡이 흘러 나온뒤 바로 자연스럽게 따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8월 중순 열릴 예정이었던 ‘대한민국 록페스티벌’ 등 2개의 대형 록공연이 협찬사를 구하지 못해 무산됐었다. 그런데 국내 지명도가 낮은 일본 록그룹 ‘차게 & 아스카’의 내한공연에 한국의 대기업들이 협찬한 것은 의아스런 측면이 있다고 공연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허엽기자>h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