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느닷없는' 휴식에 "비야 고맙다"

  • 입력 2000년 8월 25일 18시 26분


“비야 반갑다.”

전국적으로 내린 비로 프로야구가 25일까지 이틀째 열리지 못했다. 야구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선수들에게는 휴식을 가져다주는 하늘이 마냥 고맙게 여겨진다.

특히 최근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해 자존심이 상했던 각 팀의 간판 선수들에게 이번 비는 그야말로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삼성의 ‘라이언 킹’ 이승엽. 2년 연속 홈런왕을 노리는 그에게 ‘복병’이 찾아왔다. 등에 담이 들어 제 스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21일 대구 LG전부터 23일까지 3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지 못하고 대타로만 타석에 나섰다.

주사를 맞으며 치료하고 있는 이승엽은 비로 경기가 취소된 덕에 홈런포를 ‘재가동’할 여유가 생겼다.

현대의 ‘특급 마무리’ 위재영도 비의 고마움을 톡톡히 느끼고 있다. 위재영은 18일 두산전에서 세이브를 올린 뒤로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어깨 근육통 때문. 현대는 ‘홀드왕’ 조웅천을 대신 마무리로 돌렸고, 조웅천은 3세이브를 올리며 위재영의 몫을 해냈다.

37세이브포인트로 구원 부문에서 두산 진필중에게 2세이브포인트차로 뒤져있는 위재영으로서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다행히 비로 경기가 연기돼 위재영은 스스로를 추스를만한 여유가 생겼다.

프로야구 최다인 747경기 연속 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SK의 ‘철인’ 최태원도 22일 해태와의 광주 경기에서 목에 담이 들려 선발에서 제외됐다. 최태원은 대주자로 나와 가까스로 출장 기록을 이었으나 기록 연장에 위기를 맞았던 것이 사실. 그러나 우려했던 다음 날 경기는 비로 열리지 못했고, 최태원의 연속 출장 행진은 충분한 치료 뒤에 계속될 수 있을 전망이다.

두산의 심정수는 허리 근육통으로 고생했다. 16일 경기를 마치고 허리에 통증을 느껴 정형외과에 입원했다.

치료를 마치고 21일 퇴원해 23일 팀에 합류했으나 아직 완전치 않은 상태. 23일 한화전에서 5회 교체 멤버로 경기에 나섰지만 3타수 무안타였다. 다음 2경기가 취소된 것은 심정수에겐 행운. 비 덕에 ‘푹 쉬고’ 재도약을 기약하고 있는 중이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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