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8 1/2우먼>,함께 여성편력 즐기는 父子

  • 입력 2000년 8월 24일 18시 39분


‘8½ 우먼’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적 판타지에 대한 고찰을 극히 파격적인 방식으로 담고 있다.

제네바의 갑부인 필립 에메탈(존 스탠딩)이 평생 반려자였던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다. 그의 아들 스토리(매튜 들라미어)는 그런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8½’을 보러가기를 청한다. 영화를 보면서 서로가 같은 남성임을 발견한 부자는 저택을 아방궁으로 꾸미고 자신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여성 ‘채집’에 나선다.

그들은 이를 위해 자신들의 비서와 하녀를 포함해 수녀, 임신부, 창녀 등 온갖 여성들을 불러모아 번갈아 잠자리를 함께 한다. 하지만 판타지가 현실이 되는 순간 그들은 하나하나 재앙이 된다. 오히려 유일한 판타지는 오직 아버지에게만 허락된 창녀 파멜라에 대한 아들의 충족되지 못하는 욕망에 숨어있다는 아이러니만 남긴채.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와 ‘영국식 정원살인사건’ 등 회화적 영상문법의 난해한 작품으로 유명한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은 성적 금기에 대한 예술적 전복을 꾀한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전복의 대상이 결국은 서구 식민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힌 무의식적 욕망이라는 점에서 불순하기 그지없다.

8과 ½명중 3명이나 차지하는 일본여성들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오리엔탈리즘’으로 비판했던 서구남성들의 동양여성에 대한 은밀한 성적 충동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마지막 ½을 뜻하는 반신불수의 질리에타도 한국인으로 나오는 점(자막으로는 일본인)도 씁쓸하다.

그래서 펠리니에게 영화의 숫자를 의미했던 8½을 성적 욕망의 숫자로 환치한 이 영화야말로 영화속 대사처럼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 영화를 만든 감독’의 극히 개인적인 사치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18세이상 관람가. 26일 개봉.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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