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Digital]북한의 가족법/여성-아동-軍 배려 엿보여

  • 입력 2000년 8월 17일 18시 35분


임신 중에 있거나 산후 1년 미만의 자녀를 보육하는 여성, 인민군대의 전사나 하사관, 또는 전투상태에 있는 군관을 피고로 하여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북한 학자 조일호가 58년에 쓴 조선가족법 141쪽은 이렇게 적고 있다. 초기 북한정부의 여성과 아동보호주의, 군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우리의 민법 '가족편'에 해당하는 북한의 가족법은 46년 제정된 '남녀 평등권에 대한 법령'으로 시작해 90년 10월 제정된 '조선민주주의공화국 가족법'으로 완성됐다.

북한과 한국의 가족법 비교

-북한한국
결혼의 개념혁명적 이념적 결합을 규정정치 이데올로기적 요소없음
법정결혼연령남자18세,여자17세(만혼장려)남자18세,여자16세
동성동본금혼없음있음(헌재 위헌결정후 법 개정중)
결혼절차국가심사후 등록(실질적 심사)단순신고(형식적 심사)
부부재산가정재산과 개별재산 구분부부별산제
이혼절차재판상 이혼만 가능재판상이혼, 협의이혼 가능
계부모와 자녀친부모와의 관계와 같음인척관계에 불과
가족개념가정성원(현실적 공동생활)호주제와 호적제에 따라 규정

▽결혼=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룬다는 점에서 우리와 같다. 그러나 북한은 혁명적 이념에 기초한 동지적 사랑을 강조.

'남자 만 18세, 여자 만 17세면 결혼을 할 수 있으나 국가는 청년들이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사회와 집단을 위해 보람있게 일한 다음 결혼하는 사회적 기풍을 장려한다'고 규정, 중국처럼 만혼만육(晩婚晩育)을 장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혼인은 '국가의 심사 후 등록'되며 약혼의 법적 효력은 없다. 8촌까지의 혈족, 4촌이내의 인척은 '근친혼'에 해당돼 결혼을 할 수 없지만 동성동본금혼제도는 없다.

▽이혼=초기에는 남녀평등사상에 입각해 자유 이혼을 강조했으나 56년부터 협의이혼 제도를 폐지해 이혼하려면 누구나 재판을 받아야 한다.

잦은 이혼을 방지하기 위해 두 번 이상 이혼하려면 수수료 외에 벌금 성격의 돈을 내야하고 재판에서 부도덕한 행위가 발견되면 거주지에서 추방되거나 형사재판을 받는다.

▽가족 및 재산=우리의 가족대신 '가정성원'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현실적으로 가정생활을 공동으로 영위하는 일정한 범위내의 친족'이라고 정의한다. 함께 살아야만 가정성원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고 호적제와 호주제는 폐지됐다. 즉 가족성원은 공동가계나 부양의 의무를 전제로 3촌 내의 부계, 모계 혈족과 그들의 배우자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정성원은 여러 대가 함께 모여 산 우리의 전통적인 대가족제도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호적제와 호주제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에서는 함께 살더라도 가족에 포함되지 않거나 따로 살더라도 가족에 해당 될 수도 있다.

한편 북한 가족법은 개인소유 재산을 '가정재산'과 '개별재산'으로 나눈다. 전자는 '가정성원으로서 살림살이에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해 번 재산'이고 후자는 '가정성원으로 들어올 때나 결혼할 때 가지고 온 재산, 상속 증여받거나 개인적인 성격을 띤 재산'이다. 특히 개인재산만 상속이 가능하도록 하고 가정재산은 나머지 가족성원의 가정재산으로 남게된다. 북한은 토지를 소유할 수 없어 개인재산은 대부분 소비품에 한정되므로 사실상 개인적으로 상속되는 재산은 거의 없는 셈이다.

▽자녀=자녀에 대한 부모의 친권은 우리처럼 '권리'의 개념이 아니라 '의무'의 개념이고 친권의 목적은 '자녀를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적합한 인간으로 양육하는 것'이다.

또 한국에서는 계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인척관계'에 불과한데 비해 북한에서는 계부모관계가 성립하면 친부모와의 관계는 소멸된다.

이는 함께 살지 않는 친부모보다도 함께 사는 계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강조하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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