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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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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미국의 놀이터에는 아스팔트 포장 위에 정글짐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60년대에 피라미드와 놀이용 흙더미가 등장하면서 놀이터의 모양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미국의 모든 놀이터에 고무 매트 위에 설치된 원색의 놀이기구들이 가득 차 있고 모래와 그네는 자취를 감췄다. 안전성을 중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매년 놀이터에서 다치는 아이들이 수십만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안전성을 중시한 놀이터는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하지만 놀이터가 너무 무미건조해져서 아이들에게 도전정신을 길러주는 놀이가 사라져버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스칸디나비아와 유럽에서 성행했던 모험 놀이터를 이상적인 놀이터의 한 예로 꼽는다. 이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은 폐품을 이용해 자기들이 들어가 놀 수 있는 집을 지으며 도구 사용법을 익히고, 목재 흙 물 등을 가지고 여러 가지 실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다. 모험 놀이터의 보급운동을 주도한 영국 허트우드의 알렌 부인은 “정신이 부러지는 것보다 뼈가 부러지는 것이 낫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놀이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 놀이터는 아이들의 발달을 위해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는 목적보다는 아이들을 거리에서 몰아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30년대에 뉴욕 센트럴 파크의 로버트 모제스 공원 감독관은 “아이들이 땅을 파서 먼지가 흩날리는 일이 없도록 탄력성이 있는 아스팔트로 포장한” 놀이터를 만들었다며 “놀이터가 공원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공원으로 들어가는 대신 이곳에 남아 공원의 경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방 소비재 안전국은 병원 응급실 자료를 토대로 70년대에 미국의 놀이터에서 다치는 어린이의 숫자가 매년 수십만 명이나 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81년 놀이터 안전지침을 발표했다. 곧이어 미국 실험 및 재료 협회도 놀이터 안전을 위한 기준을 만들었다.
이 두 가지 규정은 모두 강제성을 띠지는 않았으나 법정에서 변호사들이 놀이터 안전문제를 고려할 때 기준으로 삼는 척도가 됐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을 지키면서 모험정신을 길러주는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8년 전 배터리 파크 시티의 넬스 A 록펠러 공원에 설치된 놀이터에는 구불구불한 나무구조물, 숨바꼭질을 하면서 숨을 수 있는 공간, 어린이들이 기계를 조작해서 직접 동력을 공급할 수 있는 회전목마 등이 있다. 이 놀이터가 완성된 후 소비재 안전국도 놀이터 안전지침을 수정했을 정도였다. 놀이터 설계에 참여했던 다나 윌캐비지는 배터리 파크 시티가 훌륭한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과 그 놀이터의 유지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예산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놀이터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arts/071500playgrounds―samenes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