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허명숙/올 휴가는 이웃사랑 시간으로…

  • 입력 2000년 7월 27일 18시 59분


지금 전남 광양시 진월면 다합마을에서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진두 지휘하는 해비타트 운동본부의 ‘사랑의 집짓기’ 공사가 한창이다. 이 지역 대기업들이 모두 참여하고, 민간 자원 봉사자도 아주 많다. 해비타트 운동본부는 봉사란 돈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게 하고 일반자원 봉사자들도 누구나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을 말 없이 일깨워 주고 있다.

순천 제일대학 토목과 신형우교수는 3년째 여름방학이면 제자들과 졸업생 모임인 ‘송죽원’ 식구들과 자원 봉사자들을 이끌고 사랑의 집짓기를 하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해 낡은 집을 헐어내고 새 집을 지어주고 있는 것이다. 마을 앞 입구에 현수막 한 장 걸어 놓고 매년 땀을 흘리고 있지만 그의 선행을 오히려 왜곡되고 위선으로 바라보려는 일부의 시선이 더욱 더 그를 외롭게 한다.

올해 들어 더욱 경제적으로 힘들고 지친 가족과 그의 제자들에게까지 미안한 마음이다. 차라리 이 버거운 일들을 잊어버리고 남들처럼 편안하게 피서 가고, 재충전의 시간이나 보낼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하지만 자신과 사회에 약속했던 다짐을 제자들이 눈치라도 챈 것일까. 제자들이 가족과의 여름휴가를 포기하고 사랑의 집짓기에 뛰어든 것이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들과 집나간 며느리, 손자 3명을 키우는 팔순 할머니의 집, 장대비에 비가 새 공부할 방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헌집을 철거하게 됐다. 장대비를 맞으며 때로는 땡볕 더위를 이기며 새벽 3, 4시까지 이어지는 야간 작업, 극성을 부리는 모기떼, 어쩌면 그와 제자들은 자연과의 싸움이 아닌 각자 마음속에 있는 자신과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는지 모른다.

힘든 작업은 거의 마무리됐다. 콘크리트집이면 더 쉬울 것을 굳이 한옥을 고집하고, 지붕도 전통 한옥의 서까래와 흙으로 만들었다. 스승과 제자가 혼연일체가 돼 지붕 작업이 완성된 뒤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나눌 수 있는 사랑의 나눔 현장, 그 작업이 끝나면 제자들의 마음은 얼마나 뿌듯할 것인가.

허명숙(전남 순천 송죽평생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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